모든 힘을 내려두는 날이다.
사실, 엄마가 되고 나니 주말이면 피로감이 극대화되는 내 몸을 느끼게 된다.
외동이라서 언제나 한 장소에 있어도 늘 엄마를 찾는 아이.
나를 이렇게 자주 찾아주니 사실 너무 고마우면서도,
잠시라도 나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엄마.
이럴 때는 참 철도 없다.
여전히 보살핌도 받고 싶은 막내 마음을 버려지지가 않으니.
그래도 오늘은, 바다를 보고 싶다는 딸을 위해,
책방을 가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움직인 하루였으니.
참 다행스러운 하루였네.
내일은 또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라고 여기고.
다시 꺼내보는 아래 구절.
그때, 화안이 가만가만 소파 위로 기어 올라오더니 엄마 몸 위로 완전히 포개지며 안겨 왔다. 아이는 엄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는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듯 가만히 엄마의 심장 박동과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엄마는 두 팔로 화안을 감싸 안고 턱으로 아이의 정수리를 가볍게 문지르며,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리고 다시 침묵.
"어떤 경험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거든..."
<아이야 천천히 오렴> 5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