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이래도 되나 싶었던 마음이 들곤 했다.
책을 보지 못하면 내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면서
그 불편한 감정이, 불만의 감정이 나의 하루를 불편하게 만들곤 했다.
역시나 딸은 또 놀이터를 가고 싶다고 하니.
딸의 색연필과 나의 노트, 책을 챙겨들고
손 꼬옥 잡고 놀이터로.
아이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또 연신 신나게 발을 구르며 그네를 탄다.
예전 같으면 하루 이틀이면 읽었을 책 1권을 1주일이 넘게 잡고 있다.
햇살이 책장을 비추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리고
바람이 책장을 들썩거리며 춤추게 하니
이렇게 자연이 함께 읽은 부분은 꼭 몇 년이 지나도 기억나게 될 정도로
강한 필름 한 컷처럼, 내 머릿속에 각인되고 만다.
오늘 그렇게 읽은 부분, 책 속 브라운 부인이 홀로 차를 몰고
그녀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길을 나서며 드는 생각들과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가 생생히 기억난다.
놀이터에서 손이 차가워지도록 논 아이와
즉흥적으로 수제버거집으로 간다.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니 가자마자 커다란 곰인형을 찾고,
할로윈 장식을 해 놓은 곳에서 신이 나서 춤을 춘다.
그리고 또다시 살살 걸어서 집으로 오는 길.
단지가 꽤 커서 집으로 오는 길이 길게 느껴질법한데도
한 번도 칭얼거리지 않는다.
진짜, 딸의 이 손이 보드랍고 따뜻하게 느껴져서
이 순간에 딸에게 위로받는다.
이것이 평범했던 주말이지만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