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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Oct 18. 2019

겁 많은 것도 닮아가나 봐.

워낙 겁이 많은 나여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아이가 다치거나 어떤 일이 생겨도 내가 오히려 더 놀라거나 겁내지 말아야지. 티 내지 말아야지. 아이가 더 겁먹고 놀랄 테니깐." 혹은 아이를 낳기 전에 수술실로 가는 침대 위에 누워서도 심장이 어찌나 쿵쾅거리며 크게 뛰던지 내 귓속에 심장소리밖에 들리지 않았고, 아이의 손가락을 만져보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건 아닌지, 처음 아이 목욕을 시킬 때도 물을 겁내면 어쩌나, 내가 오히려 겁이 나기 일쑤였었다. 


다행히 아이는 조금의 겁이 있는 아이였기에 스스로가 너무나 위험한 행동은 애초에 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아직 크게 다친 적도 없었지만, 겁이라는 감정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라 밖에서 나는 공사 소리에도, 윗 집의 쿵쾅거리며 울리는 소리에도 집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나에게 달려오기 일쑤였고, 천둥소리와 요란한 빗소리에도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달려와 안기곤 했다. "엄마도 그랬어, 엄마도 천둥소리가 얼마나 크고 무서웠는지 몰라. 비가 많이 올 때는 집이 잠길까 봐 걱정이었어~(8층이었고 높은 지대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런 걱정을 했었다니.)."라고 말해주며 달래주지만, 너무 많은 겁을 안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괜한 조바심의 감정이 새어 나오려 했다.


내가 겁이 많으니 겁을 느끼는 그 감정, 두려울 때의 그 감정이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1 언젠가 꿈을 꾸었다. 꿈을 깨고 나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이 나니, 괜히 신랑에게도 조심하라 이르고 친정집에도 조심하라 이르고. 오후에 친정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꿈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자꾸 나온다. "엄마, 뭐야. 이거 개꿈인가 봐. 말하고 보니 너무 웃겨" 라면서. 하지만 분명 오전에는 혼자 세상 모든 걱정을 짊어진 사람 같았었다. 얼마나 심각했던지 혼자 꿈 해석을 찾아보는데 좋은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지레 겁부터 먹고 보는 것이었다. 


#2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체했다. 라면을 먹고도 심하게 체했던 경험이 있어서, 라면이나 국수 등 면류는 너무 싫어한다. 체하면 거의 기어 다닐 정도로 쓰러지다시피 하니깐. 아이가 더 아가였을 때에도 그랬다. 어린이집에 다니기도 전, 친한 지인의 집에서 힘들어하다가 결국 집으로 가기 전 병원을 들렀고 약을 받았지만, 몇 발자국 제대로 이동하기도 전에 화살실로 가서 변기를 붙잡고 다 토해냈었다. 일 년에 두어 번은 그렇게 꼭 아프고 만다. 어떤 날은 너무 아파서 병원으로 가서 수액을 맞았지만, 혈관 통이라며 수액의 반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지만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니 겨우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왔다. 속은 여전히 메슥거리고,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 이건가 싶었다. 겨우 겨우 상가 건물의 화실실로 갔고, 또 한 번 게워내고 나서야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고 내내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에도 든 생각은 내가 쓰러지면 우리 아이 누가 데리러 가나, 혼자 얼마나 무서워할까. 그런 생각뿐이었다. 아이가 두려워하게 될 상황을 만들게 될까 봐 또 무서운 엄마인 거다.


#3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향할 때 택시가 질주를 하면 손잡이를 잡으며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지하철을 타러 갈 때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북한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정말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나, 우리 딸이 괜찮은지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 가족. 그 걱정에, 엄마인 나는 자꾸 겁이 나는 거다. 


이렇게나 내가 예민한 사람이었는지 몰랐지만, 그래서 내일 눈을 뜨는 것.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 듣는 순간의 그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예민함 덕분에 행복은 배가 되는 아이러니함.


언제부터인가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놓쳐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나의 겁 많은, 예민한 감정에서 시작한 생각이지만, 분명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모든 것이 있지 않을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조금 더 내 안으로 침잠하고 싶어 지는 날들이 더해지고 있고, 내 온전함을 마주하고 싶고 나의 겁 많은 성격도, 감정들도 그대로 바라보고 싶은 용기를 갖고 싶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나의 부서짐을 인정하는 온전함 마지 표현하는 곳이 있었던가.




-


아이는, 어느새 서서 그네를 하늘로 향해 힘껏 탈만큼 자라나 있었고, 그걸 바라보자니 아이에게 겁은 많은 감정중에 하나에 불과하겠구나, 참 많이 강해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조금 더 강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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