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by 연우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멀고도 가까운 15p>


오늘 나는, '이야기'라는 것에 대해 완전히 매료당하고 돌아왔.



다른 이의 이야기에서 내 안에 숨어 있는 감정아이를 발견하여서

주책맞게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에 또 울컥해버리고 말았다.



'이야기'라던가, '글'에 대한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겨우 책을 읽는데 리베카 솔닛의 이 책에서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앞에 나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읽은 순간에 '이야기'라는 단어 자체가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하였고.


한 번도 저의 이야기를 속 깊게 나누어 본 적은 없었는데.

그저 적당한 거리를 갖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고, 제 속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두려움도 함께 동반하곤 했지. 뭐가 그리 두려웠던 것인지.


결국 오늘 나는

마음을 돌보고,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그녀들의 이야기들에 눈물을 자꾸 훔치게 되었다.

종종 열쇠가 자물쇠보다 먼저 도착하기도 한다. 종종 이야기가 당신의 무릎 앞에 떨어진다. 언젠가 약 100파운드의 살구 더미가 내 앞에 떨어졌다.

<멀고도 가까운 15p>



이 책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할 때 받은 질문, "당신의 살구 더미는 무엇인가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나의 얼굴 붉히는 모습이 동시에 떠오르기만 한다.


리베카 솔닛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의 집을 정리하면서 어마어마한 살구 더미를 떠안게 된다.

그녀는 살구 더미는 엄마가 남겨주는 상속권, 동화 속의 유산처럼 보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와 엄마 사이의 이야기,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을 그녀는 희망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물러터지기도 하고, 익어버린 것을 먹거나 퇴비로 만들거나 술을 담그는 일들. 그녀와 엄마와의 오래된 감정을 풀어나갈 수 있는 한 더미, 이야기로 이어가게 하는 것이 된 것.


나에게 살구 더미는 무엇일까?



순식간에 나를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건 무엇일지. 살구 더미는 무엇일지.

아무래도 또 며칠은 이 생각으로 가득 찰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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