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영웅이다.

리베카솔닛 <멀고도 가까운>

by 연우

그 모든 세월 동안 나는 누구였을까? 나는 없었다. 거울은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오로지 거울 자신만 빼고. 거울이 되는 일은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신화에 나오는 에코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당신 자신에 대한 것은 어떤 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



<멀고도 가까운> 44p







살구 더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어머니의 이야기로 옮겨 가게 되고.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무렵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을 떠올린다.


어머니에게 있어 자신의 딸로서의 존재는 거울이었다고 자백하고 만다.



어머니 당신이 발견하고 싶었던 모습은 결국 딸을 향한 시기심과 질투로 변하기까지 하지만 리베카 솔닛은 엄마의 시기심과 질투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두 할머니의 짧은 이야기.

어머니가 가졌을 상처.

더 오래된 과거 속에서 분명 자신도 보호받았을 거라는 확신.


리베카 솔닛은 벗어나고 싶어 했고, 이야기 속에 담기게 될 수많은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영웅이다. 다른 이야기라는 무대에 우리를 세워 놓고 그렇게 작아진 스스로를 보는 것, 당신과 관련이 없는 세상의 광활함을 보는 것도 바라보기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능력을 보고,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다른 사람의 삶을 만들고 혹은 그것을 부수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 의해 이야기되기보다는 우리가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51p




리베카 솔닛, 본인에게 스스로 하는 이야기를 다시 듣는 느낌이 계속 든다.


'이야기'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뻗어 보기도 하고,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기도 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 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멀고도 가까운> 53p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그냥 매력적인 것에서 홀린 듯 읽어나가기도 했지만 이 글을 읽고도.

밑줄을 똑같이 쳤던 부분인데도 나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그런 당위성을 발견하진 못했었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제 속내에서 주의만 맴돌았던 것 같아서

내내 마음 한 쪽이 쿡쿡 누르는 느낌을 받아 오기도 했던 것이고

지금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까.



지금 나는 '이야기' 라는 단어에 한없이 빠져서 헤엄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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