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3. 얼음

by 연우

냉기는 거의 모든 것을 보존한다. '동결하다(freeze)'라는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는 '시간을 멈추다, 진행을 멈추다, 영상을 멈추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시간이 강리ㅏ면 아마 그 물은 얼음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흐름을 멈추고 정지한 시간이 극지방의 완고한 안정감이다. 그리고 그곳엔, 해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해안선의 극적인 불안정함이 있다.



<멀고도 가까운> 69p








리베카 솔닛은, 아이슬란드로 추운 극지방으로의 여정을 흔쾌히 수락한다. 거대한 살구 더미를 앞에 두고.




그녀의 북극에 대한 염원들이 그려지고,

그 시작이 된 영화 - 그리고 소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의 삶, 그녀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을

그녀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처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프랑켄슈타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일어나서

결국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까지 하였는데

그 순간에 내가 느꼈던 신선한 충격에 가려져서 내가 더 깊게 생각 못 한 것을 또 읽으면서 기억해낸다.

단순한 괴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괴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그 창조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었고,

창조해내던 그 당시의 그의 심리와 성격, 이후의 이기심과 도망 심리들이 그려졌었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는데 창조물의 변화와 그들의 대화, 행동들이.

지금 생각해도 세밀하고 완전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어땠을지..!






자아라는 것 역시 만들어지는 것. 당신의 삶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모든 이로 하여금 예술가가 되게 하는 어떤 작업이다. 늘 무언가 되어 가는 이 끝없는 과정은 당신이 종말을 맞이할 때 비로소 끝나며, 심지어 그 후에도 그 과정의 결과는 계속 살아남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아라는 작은 우주와 그 자아가 반향을 일으키는 더 큰 세계의 작은 신이 된다.




<멀고도 가까운> 85p







리베카 솔닛이 메리 셸리에게서 발견한 것은 이것이었겠지.

리베카 솔닛의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프랑켄슈타인>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모. 특히 그녀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에 대한 호기심까지 충분히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영화 속 장면에 대한 묘사는,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고

황홀하고 아름답고 차갑게 그려져서 그녀와 똑같이 나도 아이슬란드로 떠나길 바라는

염원의 장소로 만들어버리게 충분했다.





작가가 홀로 들어가 자신이 마주한 미지의 영역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책이라는 신기한 삶이다. 만약 작가가 그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훗날 다른 이들이 그 길을 따를 것이다. 한 번에 한 명씩, 그 역시 홀로 떠나는 여정이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교류하며, 작가가 닦아 놓은 길을 가로지른다. 책은 고독함, 그 안에서 우리가 만나는 고독함이다.




<멀고도 가까운> 86p








그녀는 고독함 속으로 들어간 메리 셸리의 감정으로.

책은 고독함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작가와 책,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에 대해 이렇게 선명하게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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