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5. 숨
심지어 썩어 가는 것도 다른 생명으로 변신하는 하나의 형식이다. 무언가가 되어 가면서 동시에 무언가가 사라지는 격렬한 과정의 일부이다. 그것은 잔인하고, 죽음이며 또한 삶이다. 살아 있는 것은 거의 모두 다른 생명의 죽음 더분에 살아가기 때문에, 그것은 퇴화이면서 재생이다.
<멀고도 가까운> 121p
'숨'이라는 이 장의 부제처럼 생명을 이야기하고 그 생명의 사라져가는 과정에서의 사라져간 이후의 과정까지 그녀는 세심하게 그려낸다.
잔인하고 무서운 생태계의 이야기로만 지나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고작 글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 글에 완전히 몰입되어 본 이는 이 감정을 알리라.
예측할 수 없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로 환희를 발견하게도 하고,
갑작스레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처음 읽었을 때 이맘때도 딱 그랬다.
숨차 오르는 느낌. 그녀의 글을 따라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구나, 그런 느낌.
생물체의 첫 숨에서 마지막 숨,
숨이 끊어진 이후에서의 돌고 돌아가는 순환에 대한 이야기.
처음 그녀를 이야기로 이끈 살구 더미가 다시 등장하고,
살구 더미가 썩어가고 추려내어서 요리를 하며 변하게 하는 것.
살구 더미를 대하는 것은 그녀에게 또 다른 시련을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었고
모든 아는 것들을 총동원하여 이 현실에 부딪쳐간다.
그녀가 동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이 시련을 마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고.
일시성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걸까?
(...)
홉킨스 주교의 "신의 숨결로 허공에 불어 만든 커다란 비눗방울"이라는 표현과 아이들이 부는 비눗방울을 묘ㅏ한 그림 모두가 이 원래의 의미를 환기한다. 각각의 숨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 숨은 또한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다.
<멀고도 가까운> 136p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숨일지라도, 그것이 비록 비눗방울일지라도
(나는, 이제 비눗방운, 덧없음을 생각하면 <인어공주>가 떠오른다.
기꺼이 비누거품이 되기를 선택하며 영원한 영혼을 바라는 그녀가)
그 숨 또한 생명 자체라고.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숨'에 대해서 토해내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검사받는 자신의 몸과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든 생각들 때문일 거다.
당신 삶의 진자 이야기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줄곧 이어진다. 의학 전문가가 그 이야기를 해석하고 안내하는, 신탁을 알리는 무녀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비록 그가 당신의 익숙한 자아를, 당신의 이야기 안에서 행동하는 그 인물을 그저 숨만 쉬고 있거나 마지막 숨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말 없는 살덩이로 취급해 버리더라도 말이다.
<멀고도 가까운> 141p
숨이 차올라서 헉헉거리는 느낌이다.
이건 이 책을 몇 번을 읽어도 계속 그러겠다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