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여울 와락
나는 나 자신조차도 기다린다. 지금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언젠가는 해낼 수 있을 때까지. 지금 감당하지 못하는 고통을 언젠가는 너끈히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나를 기다린다. 더 치열한 나를, 더 깊고 너른 나를.
월간 정여울 와락 31p
시간이 지나면 뭔들 더 익숙해지고 오히려 권태감이 몰려올 것처럼 너무나 일상적인 것을 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이 유유히 지나가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참, 쉬운 것 하나 없다는 말처럼 여전히 내 속에서는 끙끙거리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해 오고 있는지를.
내가 이렇게 예민한지도 몰랐고,
내가 이렇게 소심한 면이 있는지도 몰랐고
내가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줄도 몰랐다.
여전히 너무 느려서 도태되는 것 같고 너무나 무용해 보이는 일들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건 하루 중 수시로 목마름에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것.
그래도 끊임없이 무엇이든 시도하여보는 것은,
나는 이제야 내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거라고.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가족의 딸이자 며느리로 일인 다역을 행하여 가는 와중에, 그래도 나의 생각들을 돌아보고 멍해지는 순간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는 건 내가 지워지지 않게 하는 나만의 약속.
나 역시, 그녀처럼. 나를 기다린다.
더 치열하게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더 깊고 너른 나를 많은 관계와 상황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