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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pr 22. 2020

"그냥 묵묵히 해야지, 했죠."

김필균 / 문학하는 마음 - 서현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이라면, 삶 속에서 내가 포착한 것들을 그림과 이야기로 만들면서 내 방식대로 재미있고 웃기게 표현을 하는 건데, 이게 괜찮을까, 사람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거예요. 그래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니까 그냥 묵묵히 해야지, 했죠. 저는 개인적으로 '웃음도 감동이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믿고 작업했던 것 같아요.




김필균 / <문학하는 마음> 중 서현 작가님의 인터뷰에서.






김필균 작가님의 인터뷰집인데, 그녀가 만난 이들은 작가들이나 편집가, 소설가, 평론가들입니다.


서문에서부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도 나왔다가, 이미 예상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것은 눈을 흘깃거리면서도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더군요. '그놈의 문학병'이라는 단어에 홀리듯이.



첫 인터뷰이가 <간질간질>을 비롯한 여러 그림책을 내신 서현 작가님인데 이 부분이 왜 그리 찡하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셨을텐데, 이 생각을 말로 꺼내어 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느껴져서겠죠. 



제가 적고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사람들에겐 너무 우습게 여겨지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많았거든요. 그럴 땐 의기소침해져서 그냥 몇 주씩, 글을 아예 올리지 않기도 하다가 제가 못이겨서 결국 또 하나씩 글을 올리게 되곤 했죠. 저런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거예요. '묵묵히' .. 그저 흔들리고 의기소침해지는 마음에 도망치고 싶고 숨어있다가 다시 나오고 싶었던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여러 번 동그라미 칠 정도로 저에겐 이 메시지가, '묵묵히'라는 단어가 지금 제가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건 '그놈의 문학병'이 전염성이 짙은 바이러스였으면 하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 '그놈의 문학병'이 옮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그러면 당신의 귀에도 이 열한 명의 인터뷰이가 얼마나 자신의 문학과 삶을 사랑하는지, 그것이 '먹고사는'문제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들릴 것이다. 그때에, 이 책을 집으면서 저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고민과 질문들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도 함께 들을 수 있게 되길 또한 간절히 바란다.




김필균 <문학하는 마음> 서문 중에서






바로 위에서 말했던 '그놈의 문학병' 

이 단어에 저도 모르게 헛! 한숨을 토해냈네요. 사실 책을 여러 권 펼쳐놓고 넋 놓고 앉아있거나 1권을 다 읽은 후에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저의 모습이 저도 답답할 때가 많아요. 논리적으로나 잘 쓰인 글로 어딘가에 연재를 아직 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글을 쓸 땐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가 지웠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하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내가 만약 작가가 된다면, 어딘가에 상을 받고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면 하고 생각을 해보기만 해도 두근두근하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그 뒤엔, 글로 먹고 살 수 있다면 하고 막연히 생각해보기도 하죠. 수많은 글들에서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글들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뭐, 생각은 뭔들 못할까요.



사실은 코로나19 시대에 와서야 저는 읽다만 책들을 다시 읽기도 하고, 끌리는 책들을 마구 눈에 담거나 제 곁으로 불러오기도 하였습니다. 내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서야 제가 정말 읽고 싶었던 것들을 피할 수 없겠구나 싶더군요. 사회 과학 정치 역사 .. 평론 .. 여러 분야를 제치고 여전히 저의 가까운 곁에는 시, 에세이, 소설, ... 문학들이 자리해 있습니다. 이젠 주제를 말하고, 시의 표현법을 이야기하라는 이가 없으니 더 마음대로 마음에 들어오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읽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하죠.) 



제가 읽고 싶은 것을 읽고, 생각되는 대로 그 책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왜 대학교 때 문예 창작과를 못 갔을지 너무나 아쉽고 제일 후회되곤 했지만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요. 읽고 싶은 것을 읽고 그것에서 내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되었지요.



표지의 그림처럼, 연필을 쥐고 왼손에 머리를 살짝 기대기도 하면서 곰곰히 생각하며 써내려가는 모습의 저도 그려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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