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계속 간지럽히는 책들 . 그리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by 연우

여러 번 책 곁을 서성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이 나를 부르듯이, 저 깊숙한 곳에서 저의 손이 닿을 때까지 조용히 침묵하는 책들을 드디어 발견할 때면 희미한 웃음과 함께 종이를 쓰다듬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겉 표지를 또 쓰다듬어봅니다.

책으로 제 감정을 표현해 나가는 날이 늘어갈수록 제일 많은 물음표와 함께 도착하는 말들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아이에게 좋은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독서지도사로 지낼 때 가장 많이 받던 질문인데, 요즘은 덜 하군요)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좋은 책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

그런데 저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인생 책이라고 부르고 싶은 책들은 늘어만 가고 점점 더 어떤 책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저 가장 가까운 시기에 가장 깊이 마음을 계속 간지럽힌 책이 있다면 말해드릴 수 있을지도요.

라문숙 작가님의 <깊이에 눈뜨는 시간>

허은실 시인님의 <내일 쓰는 일기>

임경선 작가님의 여러 책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엄마와 연애할 때>, <다정한 구원>.. 계속 늘어나는군요.

정혜윤 작가님의 여러 책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뜻밖의 좋은 일>, <아무튼 메모>..

정여울 작가님의 여러 책들, <월간 정여울 - 12권>, <마음의 서재>, <마흔에 관하여>, <공부할 권리>..

이러다간 끝이 안 날 것 같군요.

주로 시인의 산문집이나, 여성 작가들의 산문집들이 요즘은 제 마음을 여러 번 간지럽히곤 합니다.

그리고 아주 여러 번, 읽고 또 읽게 될 책. 정말 사랑한다고 감히 고백하게 되는 책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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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들의 책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지만 <인간의 대지>는 여성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보게 도와주는 책이라 여기기에 감히 지금의 제 '인생 책'이라고 이야기하며 건네봅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제일 먼저 건네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그때 불빛들은 들판 군데 군데서 각자의 양식을 달라며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시인, 교사, 목수의 불빛 같은 가장 소박한 불빛까지도 반짝였다. 하지만 그 살아 있는 별들 가운데에는 닫힌 창문과 꺼진 별빛과 잠든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을 것인가... 우리는 서로 맺어지기 위해 꼭 노력해야 한다. 들판 여기저기에서 타오르는 저 불빛들 중 몇몇과 소통하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것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서문 중에서














이처럼 나에게 있어 삶의 기쁨이란 그 향기롭고 뜨거운 음료의 첫 한 모금 속에, 우유와 커피 그리고 밀이 뒤범벅된 혼합물 속에 압축되어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평온한 목장, 이국적인 농장, 수확물 등과 일체감을 느끼고 그리하여 온 대지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많은 별들 가운데 우리 손이 미치는 범위에 존재하고 새벽 식사로 맛있는 냄새가 나는 밥 한 그릇을 차려주는 별은 오직 하나, 지구뿐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어떤 책들의 작가 소개나 작품 해설보다도 더 열심히 한 문장 한 문장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사랑을 표현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던 삶이었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은 가득 담아서 사랑을 보냈던 이었습니다. 비록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그는 다시 하늘을 날 수 없었지만 그는 하늘을 무수히 많은 별들과 사막, 바람과 함께 여행하였습니다.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이 <야간 비행>인데, 그때는 정말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 들 정도였었죠. '이런 책은, 이런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은 처음이야.' 라고 말하게 했죠. 지금으로서는 감히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어둡고 캄캄하여 보이는 것이라고는 별과 아래 안개 밖에 없는 하늘길을 다니는 조종사들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그때부터 매료당해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대지>는, 동료들의 이야기와 사막에서 길을 잃었던 때의 이야기, 기차를 타고 다니며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들. 그의 인간들 내면을 모두 아우르려는 시도들. 사막에 대한 애정과 대지에 대한 영원한 갈망을 이야기하고 있고, 별들에 의지해서 하늘에서 어딘가로 향할 때의 그 아득함이 느껴지곤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저는 살아간다는 것,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걸까, 나의 모든 것에서 내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주 생각하게 되었죠.


안타깝게도 저는 아주 긴 인생을 아직은 살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막연히 저의 허례의식 같은 수많은 겉치레들을 조금씩 떨쳐버리는 것이 일단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네요.



여기 글을 적으면서, 또 이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며 계속 책을 넘겨봅니다.


저의 이 책을 향한 찬사를 읽지 않는다 하여도, 생텍쥐페리의 글은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은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어린 왕자>보다 이 책을 더 사랑한답니다.



**다음 발행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단상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 박경리 <토지7> (매거진: 책속에서 끌어올린 문장 / 나를 이끄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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