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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pr 28. 2020

나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할 가치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 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어쩜, 이 생각은 이리도 오래갈까요.


내가 가지 못한 길을 향한 호기심이랄까. 호기심을 넘어서서 후회가 되는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오고 마는 순간엔 지금의 내 모습도 잠깐 사라졌다가 홀가분한 마음만을 가지고 다시 나타나고 싶어집니다.




역시, 걸크러쉬같은 느낌을 내게 주는 작가님의 글들을 피식거리며 웃기도 하다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여 보기도 하면서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걸크러쉬 같다고 표현을 해보았는데 전혀 강하게 생각을 주입하려는 문체는 아니며 내가 머뭇거리며 제 밖으로 꺼내지 않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확인하게 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계속 작가님의 다른 책들처럼 우리 딸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으로 또 두고 싶어집니다. 이번앤 특히 성인이 되면요.(문득, 임경선 작가님의 책을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가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잠시, 벗어난 이야기를 다시 돌아와서 저는 언제나 제가 선택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길을 늘 궁금해왔습니다. 내가 이 길을 갔더라면, 나의 삶. 내가 만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아주 달라져 있을까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부터 길고 길게 상상을 해 봅니다. 하지만 끝까지 오다 보면 나의 가족, 나의 집, 나의 지금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반대편 길이 어느 길이었어도 지금보다 더 낫다는 보장을 못 하겠더군요. 그래서 조금씩 그런 생각을 덜 하고 있긴 합니다만, 여전히 조금의 미련은 남겨두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본 책에서 임경선 작가님은, 5가지로 나누어 그녀의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있죠.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이 안에서 사랑과 결혼,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 가치관, .. 여러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고 저는 성실함과 공정함에서 모든 페이지를 줄 긋고 싶을 정도로 가장 마음이 두근거렸네요.








어떤 일을 어디서 하더라도 일의 본질은 같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사람들과 조율할 줄 알아야 하고, 규칙을 따라야 하며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조직 생활도 지울 수 없는 과거이자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임을 인정한다. 변화 이전의 모습이 '악'이고 변화 이후의 모습이 반드시 '선'은 아니다.




(...)




변화가 생기면 사람은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려고 애쓰는 것보다 자신이 그간 무의식적으로 쌓아온 '좋은 것들'을 소중히 살려내면 그것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모른다.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것들을 새로운 환경에 풀어놓아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귀중한 자산들인지가 새삼스레 보인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이 부분이 왜 그리도 길게 남아서 오랫동안 곱씹어 보게 되는 걸까요.


지금 전 제 하루들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느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계속 변화를 겪어야 할 것 같은, 아직도 멀었다고 다그치게 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라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사실은 벗어난 그 모든 '과거의 이야기'들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덮어야 내가 다시 깨끗하게 시작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런데 순간순간 저의 무의식의 행동에서, 예전에 했던 일 덕분에 경험치가 올라가서 그런 거라고 웃으면서 인정하게 될 때도 있으니 벗어날 수가 없다고 받아들이기도 하죠. 지금 내 행동들에 조금씩 드러나는 예전 과거의 흔적들이 결코 나쁜 방향으로가 아니니 저의 그 시간들도 헛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쉴 때가 있기도 합니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쌓아온 '일상이었던 것'이 '좋은 것들'로 가려내어 살려낸다는 것의 가치를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말이죠.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세우느냐,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모든 것의 해답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미 많이 들어온 이야기처럼,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중심에 자신의 '가치'가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아래, 2가지 저에게 이 책이 일깨워준 중요한 내용들을 덧붙입니다.




'변화'라는 개념은 전혀 새롭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다. '변화'는 '결코 변하지 않을 좋은 것들'에서 온다.




알맹이 없는 긍정이나 낙관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감각과 공정한 비관 위에서 시작되는 그런 결기. 일관된 삶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무언가에 몰두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인생의 방황을 줄여주고 공허함을 최소화시킬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았다. 




역시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바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시원한 문체에 끙끙거리던 제 속내들이 시원하다고 터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내가 가진 수많은 태도들, 일. 사랑. 가족. 관계. 들에 대해 가지는 나의 태도들은 물론 저의 가치관들에 숨겨진 속내들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순간에는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아마 저 역시 여기 책 속에 들어있는 많은 글들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지나온 것에서 말해 더 무엇하랴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지나온 시간 안에 웅크린 제 모습을 보듬어주어야 지금의 제가 조금 더 나아지는 걸 발견하고 마니깐요.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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