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 지난날의 스케치
위대함이란 지금도 내게는 실재하는 자질로 보인다. 우렁차게 울리고, 괴팍하고, 두드러진 그 어떤 것으로 내 부모는 충실하게 나를 이끌어 갔다. 그것은 육신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말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나는 위대함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
나는 그것을 말로 옮김으로써 실재로 만든다. 그저 말로 옮김으로써 완전하게 만든다. 이 완전함은 그것이 내게 상처를 줄 힘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말로 옮김으로써 고통을 없앴으므로 나는 단절된 부분들을 결합하면서 큰 기쁨을 얻는다. 이것이 내게 가장 큰 기쁨일 터다. 그것은 글을 쓰면서 내가 무언가의 속성을 발견하고 어떤 장면을 제대로 살려내고 어떤 인물을 결합할 때 느끼는 환희다. 여기서 이른바 나의 철학이랄까. 어떻든 한결같은 생각에 이른다. 즉 목화솜 뒤에 어떤 패턴이 숨어 있고, 우리 즉 모든 인간은 그 패턴에 연결되어 있으며, 온 세계는 한 편의 예술 작품이고, 우리는 그 예술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 산책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혹은 전쟁이 나면 유용한 일을 배우는 대신 지금 글을 쓰면서 오전 시간을 보냄으로써 나는 이것을 입증한다. 글을 씀으로써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훨씬 더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
어머니의 죽음이 내 감각의 베일을 벗기고 갑자기 촉발해서 강렬하게 만들었다. 마치 그늘 속에서 잠자던 것에 불타는 유리가 씌워진 듯이. 물론 이처럼 감각이 예리해지는 일은 돌발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놀라운 경험이었다. 조금도 애쓰지 않았는데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 그 시의 의미가 완전히 이해되는 것 같았다. 투명해진 단어들은 더 이상 단어가 아니었고, 너무 강렬해진 나머지 그 단어들을 체험하는 것 같았다. 그 단어들이 내가 이미 느끼고 있는 감정을 밝혀주는 것 같아서 어떤 단어가 나올지 예상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 펜은 향기를 띤다.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