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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May 03. 2020

나의 하루도, 올 날들도 충분히 괜찮다고.

라문숙 /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비록 서툴고 어눌할지라도 내 속을 통과해서 나온 언어들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씨앗이 된다.


글을 쓰는 동안 내 몸속에 숨어있던 씨앗들은 싹이 트고 자라서 꽃으로 피어났다.




라문숙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주었으면>






그림책을 마당이 보이는 거실에 앉아 가만히 넘겨보는 손길이 느껴진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건네지 않았을까하는 다른 존재들의 마음도 읽어보려 애쓴다.


홀로 있기를 원하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와서 가만히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던 존재들의 안쓰러움을 안아주기도 한다.


우정과 함께라는 이름으로 곁에 있어줘서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어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지나온 여행에서, 지나온 시간들에서 놓친 것을 다시 잡아보려 애쓰고 

떠나게 될 인연들에게 슬픔만을 던지지 않는다.




그녀가 그림책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듬는 과정에서 나도 함께 용기를내어볼 것들이 아닌가하면서


샤워를 마치고 바디워시의 향이 남아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라고 말하면서도 

이 향이 또 사라지는 것은 못내 아쉬운

아주 사소로운 것에도 기쁨보다 미련을 더 남기게 마련이지만.








한 송이 꽃(아름다움)만으로 도시 전체를 밝힐 수는 없겠지만 


꽃눈같이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야말로


희망을 움켜쥘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라문숙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주었으면>





작가의 이전글 말로 실재를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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