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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pr 30. 2020

콘월에서 보낸 여름을 이야기하고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



먼 거리는 어떻든 문제였다. 우리는 여름철에만 그곳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골 생활은 일년에 두 달, 기껏해야 세 달간 이어졌다. 나머지 시간은 런던에서 살았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에 누린 것 중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가장 중요했던 것은 콘월에서 보낸 여름이었다. 런던에서 여러 달을 보낸 후 콘월에 내려가면 시골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






매번 책에서 어딘가를 자세히 묘사하면, 꼭 그 곳이 어디인지 궁금했죠. 이번에도 역시 그냥 지나칠수가 없으니 얼른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이 곳이 콘월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영국 잉글랜드의 남서부에 위치해 있다고 하는군요.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고, 기후도 온화한 곳이라 외부에서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광산이 쇠퇴한 대신 관광산업이 활발하게 발전된 상태이고,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는 세인트아이브스, 뉴케이, 폴페로 등은 휴양지로 알려져 있네요. 버지니아 울프의 가족은 이 곳에서도 특히 세인트아이브스에서 여름을 보냈다고 하는군요. 저 문장의 아래로 이 곳에서의 사소로운 것들을 한 페이지 가득 이야기합니다. 하나씩 기억하며 여러 페이지를 채워갈 수 있을거라면서 말이죠.


옛날 서구 영화에서 보여질법한, 작은아씨들이나 안나카레리나에서 레빈이 지내던 시골의 풍경이 이러지 않았을까요. 






통틀어 생각해 보면 세인트아이브스에서 보낸 여름은 인생 최고의 출발점이었다. 탤런드하우스를 임대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에게 (적어도 내게는) 영속적이고 무한히 소중한 선물을 준 셈이다. 어린 시절을 회고할 때 서리나 서섹스, 또는 와이트 섬밖에 떠오르지 않을 경우를 가정해 보라.




버지니아 울프 <지난날의 스케치>






얼마나 좋았으면, 인생  최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을까요.


이 작은 마을 역시 지금도 휴양 명소로 사랑을 받는 지역인가봅니다. 검색을 하고보니 서울에 이 지역이름으로 된 카페까지 있네요. 아마 이 곳을 다녀온 이가 운영하고 있는걸까요? 기분좋은 짐작을 해봅니다.



오늘은, 마음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은 어딘가로 확 트인 공간으로, 초록빛이 가득한 곳으로 아이와 가고싶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저 홀로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이니까, 조금 더 견뎌보려고 매일 마음을 다시 잡곤합니다. 

하지만 어제는 몸도 유난히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투정을 부렸던 것 같아요. 

아이는 물감으로 열심히 그려 애정표현이 가득 담긴 그림편지를 건넸습니다. 저의 마음은 더 아려왔습니다.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한참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영혼을 떠나서>를 읽으면서는 프랑스, 상상의 장소를 묘사하는 곳까지도 말이죠.

이번엔 버지니아 울프 덕분에 콘월의 세인트아이브스까지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네요. 


하나 ,둘.. 수많은 여행지들을 모으고 또 모아서 아이와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최고의 출발점이라고 칭한 그 날들의 기억만큼,

제 아이에게도 최고의 출발점이라고 칭할 수 있는 날들을 만들어주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그 날이 올때까지 아이와 저는 또 열심히 몸을 부대끼고 마음을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모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은 근처 공원이라도 자주 나서보아야 겠다고 생각하죠.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지금 감정을 조금 더 세밀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는 서현이의 기억 속에 

행복한 출발점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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