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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Jul 13. 2020

비로소 발견하게 될 것

모리스 마테를링크 / 파랑새

"어쩌면 나에게 부족한 점은 깊이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아니었을까.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얘기 저 얘기 듣다 보니 혼란스러워졌던 건 아닐까. 같은 대답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은 생각을 의기소침하게 말하는 것과 내 마음속에서 정리된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 먼저 '나'라는 존재가 단단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걸, 너무 따끔했지만 그래서 더욱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삶에서는 나의 선택만이 정답이라는걸."

- 정지혜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53p


늘 보이지 않게 마음이 방황하던 순간의 생각들과 닮아 있다. 내가 행하는 모든 것이 나의 욕심뿐인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어떤 물음에도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애매모호하게, 바람을 담은 대답을 많이 하였다. 그런 대답을 할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다투는 것 같았다. '나'의 생각들은 떠돌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이제서야 그 이유를 발견한 것처럼 까맣게 밑줄을 긋는다. '나'의 존재가 단단하게 서 있지 않았다는 말이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찔렀다. 좀 알아차리라고 말이다.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수없이 들었던 물음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것을 느낀다.


"인간이란 참 묘한 존재들이란다. 요술쟁이들이 죽은 뒤로 인간은 제대로 보질 못해. 게다가 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심조차 안 하지."

- 모리스 마테를링크 <파랑새> 1막 1장 중에서


<파랑새>의 한 문장에서 멈추어 미리 적어 둔 글을 함께 번갈아 읽는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이 여전히 많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내 눈앞에 나타난 모든 것이 현실이고, 나의 생각들은 이상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놓치고 있던 수많은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 위에서 하나 둘 생각들을 다져간다면 허상은 그만 쫓고 잊힌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조금 몸을 움츠렸다가 다시 펴면서.

2020.07.13 우연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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