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강인한 풀꽃 같은 글, 그렇게 조용히 시간의 흐름을 이겨 내는 들풀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내게 들풀 같은 글이란 '책으로서의 장수'가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속에 남는 문장의 온도'를 말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더 이상 나와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한겨울에도 파릇파릇하게 아무 데서나 돋아나는 꿋꿋한 들풀처럼.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따사로운 온기를 남기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정여울 <마음의 서재> 개정판 글쓴이의 글에서.
나의 눈물과 미소와 고민과 추억의 씨앗이 담긴 이 책이
부디 여러분들에게 먼 훗날 새로운 '영감의 씨앗'이 되기를 꿈꾸며.
- 2015년 2월, 봄을 기다리는 글래스고에서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매일 도전에 임하는 마음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었고, 둥둥 떠다니는 듯한 나의 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과제들에 맞서면서 혓바늘이 돋아가는 것을 애써 모른척하며 마지막까지 해냈다. 여전히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남아 있고, 언제쯤 낯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추어라고 칭하며 조금 서툴러도 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던 나에게 반기를 들기로 한다.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왜 쓰고 싶어 하는지 아직도 완전한 문장으로 답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정여울 작가님처럼 '따사로운 온기'를 남기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분명하다. 머리말에 늘 2~3줄 정도의 문장으로 글을 쓰던 순간의 분위기를 함께 전하는 모습까지도 닮고 싶다. 나에게 그 문장들은 모두 그녀가 건네는 다정한 인사였다. 하루가 단단한 생각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다정한 인사를 보면서.
이 글은 나에게 쓰는 편지, 약속이 담긴 글. - 모든 것의 전제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그만두지 말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