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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ug 02. 2020

감정은 일시적인 것

윤소정 / 일기

"감정은 일시적인 것, 결코 영원할 수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영원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만약, 감정이 영원하다면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이 영원해서 생 진흙탕 안에서 살아야 할 테니까. 언젠가 그 감정도 사라진다는 것은 우주의 가장 현명한 생존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이 순간의 위대한 감정들 안에서 살아가는 것. 오직 지금 먹는 커피 한 잔의 맛. 그리고 내 글의 온도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사느냐. 그것이 아닐까 싶다."

- 윤소정 <일기> 중에서


비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내린다. 내 감정도 빗소리에 맞추어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한다. 겨우 내가 진정되는 순간은 책 속의 활자 위로 눈과 손이 옮겨가는 때이다. 내내 <설득>을 읽다가 잠깐씩 펼쳐보는 것은 윤소정 대표의 <일기>책이다. 그녀가 청춘 시절에 써 내려 간 수십 개의 일기 중 일부분을 엮어서 자가출판한 책이다.  그녀의 글이 매일 올라오곤 했었고 그 글이 늘 좋았다. 나이는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가치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력을 끼치는 그녀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모습들이 나에겐 여느 연예인보다 더 예뻐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하고, 많은 일들에 있어서 속상함도 담담함도 내 보이는 그녀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그녀의 수많은 생각과 고민의 글들을 읽어 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글들에서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오늘은 감정에 대해 적은 글에서 멈추었다. 나는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 수많은 감정들. 나를 향한 자책과 실망, 다른 이에 대한 서운함, 소심한 내 성격을 바라보는 나의 감정들. 이 감정들은 아픔이라는 이름을 한채 몸 밖으로 표현되곤 한다. 늘 그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모든 생각들을 집어삼키듯이 행동하고 감정들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늘 그래왔다. 그리고 아팠고 쓰라렸던 기억들이 소실될 때까지 참았다. 이 문장에 멈춘 이유는 이런 나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일 거다. 


마지막에 '지금'이라는 단어에 나의 모든 감각을 집중시킨다. 내가 무수히 지나치는 생각들은 '지금'보다 '다음'을 향해있다. 지금은 일단 넘어가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왜 나는 지금은 외면하려는 마음을 가져왔을까 생각한다. 왜 굳이 지금이 아니라 더 나은 '다음'만을 꿈꾸는 것일까. 아마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 거라는 생각에 이른다. 외면해봤자 더 나아질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의 감정들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진짜 내가 살아가는 거라 여기기로 마음먹어본다. 비록 이 감정이 미움이든, 실망이든 어떤 단어의 이름을 한채 나를 바라보는 것이 될지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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