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전적이고 근본적인 질문
2022/03/05(토) 15:00
TOM1관
B열
90분(인터미션 없음)
42,000원(재관람할인)
프로이트 신구
C. S. 루이스 이상윤
믿지 않기로 선택한다는 거야말로,
오히려 신의 존대에 대한 더욱 강력한 증거죠.
. . .
난 유니콘의 존재를 부인하는데,
그럼 유니콘이 존재하는 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05.06 ~ 1936.09.23)
“나는 도발적인 토론을 즐기는 거요. 지금 우리처럼.”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 20세기 무신론자의 시금석.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1.29 ~ 1963.11.22)
“시대를 초월한 최대의 미스테리를 하루아침에 풀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죠.”
40세의 옥스포드 영문학 교수, 유명작가, 문학비평가, 20세기 대표적 유신론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학자들의 가장 역사적인 만남
20세기 가장 위대한 학자들의 가장 역사적인 만남을 그린 연극이다.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었던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정말 만났다면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을까?
그들처럼, 현재 많은 학자들은 도무지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과학과 신학 사이에서 대화를 시도 중이다. 평소에도 신학과 과학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기에 둘이 나누는 대화가 너무나도 흥미로웠고, 처음부터 끝까지 끄덕무새가 되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대사량이 실로 어마어마했기에 실제로 책을 쓰고 평생을 연구한 두 사람이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두 분의 발음은 매-우 정확했다. 엄청나게 많은 대사에도 모든 글자가 빠짐없이 들렸는데, 그래서인지 진짜 본인의 주장을 펼치는 그 사람 같았다.
프로이트를 연구한 신구 배우님은 '저게 연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본 모습 같았다.
내 프로이트가 앞에 있고 그분의 다큐를 한국어 더빙판으로 보는 듯한 자연스러움.
물 한 잔을 마셔도 실제 구강 암에 걸린 환자처럼 연기하고, 기침하는 것, 걸음걸이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거기에 프로이트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도, 관객을 극의 중심으로 데려다 놓기에 충분했다.
신이 없다는 프로이트와 신이 존재한다는 루이스. 두 사람의 주장은 살아 있을 동안엔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변증하는 모습은 충분히 어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웃음 코드가 꽤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약간 다큐 예능 보는 듯한 느낌.
전쟁에 참전했던 루이스가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평생 과학과 이성을 의지하고 살아온 프로이트가 감정을 거부하는 모습 등 그들이 펼치는 주장은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고 느꼈던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너무 잘 표현되어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시대적 배경이 제2차 세계대전이 막 시작하는 시기라 그런지, 뭐랄까 요즘 상황과 겹쳐지면서 여러 문제를 생각하게 했다.
프로이트가 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가 와닿으면서도 불쌍했고 안타까웠고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찾아봤는데... 이 극은 그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그린 듯했다. 역시 어떤 사람이나 생각에 대한 내 생각을 발전시키기 전에 여러 자료를 봐야 하는 것 같다.
덧. 프로그램북이 대박이다! 심지어 예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