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2022/12/28(수) 19:30
샤롯데씨어터
B구역 2열
17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150,000원
스위니토드 강필석
러빗부인 김지현
터핀판사 김대종
안소니 진태화
토비아스 윤석호
조안나 류인아
비들 주홍균
거지여인 김가희
피렐리 이형준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들어만 봤던 스위니 토드
마침내 그 실체를 마주했다.
올해 여름까지 미친 하이드가 난리 치던 그 런던을
또다시 오게 되었는데
여기도 진짜 살벌하게 미친 곳이다.
도대체 19세기 런던은 어떤 곳이었을까?!
잭 더리퍼,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토드 모두 너무 매력적인 작품이다.
(본의 아니게 주인공이 모두 정신 분열에 사이코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입체적인 캐릭터라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엔 피가 너무 많이 나와서 장면마다 흠칫했지만, 나중엔 입에 피를 언제 머금고 나오는지와 목에서 피 나오는 특수효과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올해 내 마지막 공연은 나의 샤롯데에서 스위니 토드! (샤롯데 아늑하니 넘 좋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역작-대작-명작으로 알려진 뮤지컬 <스위니 토드>
호불호 갈린다고 유명한 이 공연의 인터파크 평점은 9.7
내 주위에도 불호 후기가 꽤 있었어서 걱정했는데- 웬걸! 너무 좋았다.
우울함 속에 유머가 넘치고
가장 낮고 천하고 추한 곳과 높고 화려한 곳이 만나며
정의와 윤리가 계속해서 대립한다.
그리고 왜 손드하임을 천재라고 하는지 깨달았다. 노래가 기가 막히다.
진짜 취향에 안 맞을 줄 알았는데.. 천재다! 그는 천재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이규형 배우님이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현해 조승우 배우님한테 조언을 구했더니 "너 큰일 났다. 네가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악보를 펼치고 노래 연습을 해야 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후 1월에 뀨미도 조합으로 또 봤는데, 뀨토드도 한 미침 했다. 드립력도 최강이었다.)
그만큼 넘버가 미쳐 돌아간다.
불협화음 속에서 묘하게 다 맞아떨어지는 쾌감과
정신없이 돌아가는 돌림 노래 중에 맞춰지는 화음은 감탄을 자아낸다.
캐릭터도 너무 흥미롭다. 정상인이 하나도 없다는 것부터 너무 맘에 든다.
(그간 봤던 작품 중 역대급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는 터핀 판사. 이렇게 고급진 쓰레기는 처음이다.)
일단 정상인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배우님들의 연기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객석에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것도 힘들 때가 있는데, 사람이 끝도 없이 죽어 나가는 이 정신 나간 작품을 어떻게 매일 연기하시는지 ㅜㅜ
좀 아쉬웠던 건, 조안나의 엄청난 고음이 사실 좀 듣기 부담스러웠다. 성악을 기반으로 한 소프라노처럼 힘 있게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버거워 보였다.
피가 낭자하고 듣기 불편할 수 있는 불협화음(소름 끼지는 음향 효과 포함)으로 가득하지만, 설사 극을 보고 난 후 불호가 뜨더라도, 꼭 한 번은 보길 추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