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우동집 - 황인수
2018.04.18
을지로3가 지하도 입구에
작은 우동집 하나 있지
20년 전에도, 아니 그 이전부터
처음 그대로 우동집
코끝 찡하게 찬바람 부는 날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이 발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들어가는 그 집
줄서서 오래 기다릴수록 더 맛있는,
추울수록 더 따뜻한 그 우동집
느긋하게 앉아 자판기 커피까지 즐기고 싶지만
기다리는 사람들 행여 추울까
서둘러 계산하는 짧은 행복
가면 언제든 따뜻한 국물 퍼주는 그 집처럼
나도 누군가의 우동집이 되고 싶다
바람 칼칼한 창밖에서
오돌오돌 떨다 들어온 누군가가 언 손 녹이고
빈 속 달래어 잠시 쉬어가는
우동집
나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그런
우동집이 되고 싶다
#1일1시 #100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