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가져다 놔도 범인은 되기 힘든 형을 두었고, 그를 동경했다. 내가 형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서 느껴 주길 바랬다. 그것은 침대를 가장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최초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옷을 입고 싶었고, 다른 음악을 듣고 싶었으며, 다른 걸음걸이로 걷고 싶었다.
침대를 너무 좋아했던 탓일까, 특별함에도 부지런함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애매하게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갖추고 난 뒤 형의 옆에 서면 평범함 그 자체였고, 가는 것 만으로 멋있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착한 서울에는 형처럼 멋진 사람들이 동네마다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호소인’이라는 말은 꼭 나를 두고 만든 말 같아 마냥 유쾌하지 않았다. 내가 진정 사랑한다고 믿었던 음악, 옷가지들은 모두 자아도취 수단에 불과했으며, 이게 사랑이라면 파리가 새일 것이다.
누군가는 멋은 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멋진 사람은 멋을 위한 몸부림을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지드래곤도 자신이 여섯 살 때부터 춤을 췄다며 자신이 떡잎부터 특출났음을 인정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난 한동안 패배자가 되어 특별해지기를 포기했다. 멋을 위한 발 담금은 결국 가장 멋없는 방식의 정신승리가 되었다.
하지만 지드래곤은 앨범에서 “원하면 나같이 될 수 있어”라고 말했고, 내가 아는 한 그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이제 와서 대중성이 전무한 음악과 생소한 이름의 디자이너 컬렉션을 사랑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멋있어지고 싶다는 일념만큼은 애매할지라도 진짜이긴 한가보다. 이 시도마저 한낱 겉치장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멋지지 않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그만둘 것이며, 그 순간이 최대한 늦게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서론이 길었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뻔하지 않은 것을 해보자고 이야기했고, 매거진을 표방한 창구를 만들기로 했다. 솔직히 여기에 뭐가 올라올 지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히지만 일단은 그 순간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게 될 것 같다. 조금 더 틀이 갖춰지면 특정한 주제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글을 올리는 것을 구상하고 있긴 한데, 경솔한 확언만큼 미래의 나를 괴롭히는 것도 없기에 일단 지켜보려고 한다. 다수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쥐어짜내는 미디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I’m your algorithm을 필명으로 삼았다. 뻔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뻔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진짜가 알아볼 수 있도록 진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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