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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난슬 Oct 23. 2023

10월 16일

이 글은 2023년 10월 17일에 썼다.


오전 아홉 시에 출발한 몸이 오후 다섯 시가 되어도 도로 위에 있었다. 지하철과 기차와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며 몇 시간을 선로나 도로 위에서 달렸다. 나는 달리지 않았다. 나를 실은 것들이 달렸다. 걷고 싶지도 않고 뛰고 싶지도 않았다. 이왕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고 어떤 상태로 있고 싶지도 않았다. 별 수 없었다. 살아있는 한 항상 어떤 상태로 있게 되니까. 앉아서 앞을 봤다. 많은 것들이 아주 빠르게 뒤로 갔다. 뒤로 가버린 것들은 다시 돌아볼 수 없다. 난 자리에서 그냥 있었고 몸은 자꾸만 장례식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사실은 엄마가 아닌 엄마에게 가는 것이다. 엄마가 맞을까?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울었다. 착각한 거라면 어떡하지? 그런데 정말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엄마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사람을 착각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어제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죽어서 발견될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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