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이 통일보다 나을 수도 있다

by 천리마

분열이 통일보다 항상 나쁜 것은 아니며 통일이 분열보다 항상 나쁜 것도 아니다. 분열과 통일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대는 분열의 시대이자 경쟁의 시기였으며 정치•사회적 조건과 수요에 조응한 제자백가가 출현하여 다양한 사상을 꽃피웠다. 제자백가는 서로 경쟁하며 자신의 논리와 철학을 보다 정교화했으며 여러 국가들도 부국강병을 목표로 경쟁적으로 정책 및 기술을 발전시켰다.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된 뒤 시간이 지나면 긴장은 이완되고 게다가 주변에 경쟁국마저 없다면 지배층의 사치와 부패가 만연하여 쇠퇴하다가 멸망에 이르게 된다.


현재는 유럽과 미국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지만 19세기 이전에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었다. 1775년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2/3, 세계 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은 1500년대에 약 5백 개에 달하는 국가나 국가와 유사한 형태의 여러 단위들이 존재하다가 약 30개 국 정도만이 살아남았다. 중국은 왕조가 교체되기는 했지만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되어 있었던 반면 유럽은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하며 끊임없는 전쟁을 벌였다.


19세기 이후 아시아와 유럽의 역학 관계는 역전하여 유럽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이 역전은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지만 중국의 제국 상태와 유럽 각국의 분열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한몫을 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총•균•쇠》에서 주장하기도 했지만 세계사의 불균등 발전에 영향을 미친 세 가지 요소인 총•균•쇠 중 ‘총’으로 표현되는 전쟁무기는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전쟁을 지속했으며 산업혁명의 성과를 전쟁에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유럽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결국 엄청난 화력을 과시하는 전쟁무기가 유럽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장악하며 세계사의 주축으로 등장하게 된 요인 중의 하나이다.


같음과 통일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조직이나 국가는 활력이 떨어져 결국 뒷전으로 밀리고 마는 것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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