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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 Jun 20. 2023

4. ADHD는 딱 보면 티가 납니다?

ADHD 진단을 위해 찾았던 두 번째 의원



한참 동안 ADHD에 대해 검색한 끝에 에이앱 사이트를 발견했다. ( https://a-app.co.kr/ )

그때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에이앱 사이트의 ADHD 진료를 보는 병원 리스트는 꽤 믿을 만해 보였다. 

나는 에이앱 사이트 리스트의 의원들에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늦어서 진료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되지 않았는데, 7시까지 야간 진료를 하는 곳이 있었다. 

대신 예약은 받지 않으며, 초진은 6시 반까지 오면 가능하다고 했다. 

먹던 밥을 밀어놓고 나는 또 겉옷을 챙겨 입었다.      

의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간은 어느새 퇴근 시간대였고 버스는 만원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만원 버스 안에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조바심을 내며 내내 시계를 봤다. 


의원에 도착한 것은 아슬아슬하게도 6시 25분이었다. 

난 가뿐 숨을 토하며 의원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하지만 카운터에서는 갑자기 초진 환자가 몰려와 검사할 수 없지만, 멀리에서 왔으니 검사 없이 잠깐만 진료를 보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진료를 기다렸다. 


중간에 다른 환자가 와서 재진이라며 내 앞에 진료를 받기도 했고, 나보다 앞에 도착한 환자들의 진료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시간 반 뒤 내가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의사도 지쳐 보였다. 

의사는 몇 가지를 묻더니, ‘ADHD는 딱 보면 티가 난다’며 내가 ADHD가 아닐 거라고 했다. 

내가 일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자, 의사는 원래 일은 집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 말을 끝으로 의사는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밖으로 나왔더니 밤이 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헤맨 끝에 나는 어쩌면 정상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불안장애일지도 모르지만, 

ADHD일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에 닿았다. 


그러나 나는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ADHD라는 병명에서 이제껏 만난 장애와 상처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고,  

그 가능성을 그대로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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