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지 써야지 하며 한참을 늦어버렸다. 잘 지내? 아니, 어떻게 지내? 라는 말을 두어 번 썼다 지웠는데 결국 다시 썼어. 정말로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건 맞으니까. 너의 애기를 듣는 게 버겁다가도, 어느 순간부턴 오히려 찾아보는 거 있지. 내가 널 정말 좋아하긴 했었나 봐. 그런 모습을 보고도, 다시 네가 궁금해지는 걸 보면 말이야. 아, 너를 비난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네가 그렇게 응석 부리도록, 더 많이 눈물을 뚝뚝 흘리도록 만든 건 나였으니까.
내가 아는 너의 마지막 소식은, 네가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거였어. 벌써 오 년이나 지나버렸지만, 너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시와 세계'라는 영화가 나오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였지. 모든 사람이 안 믿었지만, 그게 하나의 바이럴이 돼서 잠깐이라도 너의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은 늘었었어. 두 번째, 세 번째로 극장에 갔을 때, 분명 전보다 관람객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거든. 너도 알라나? 모르겠다. 배우가 자기 영화를 일부러 극장 가서 보기도 하나. 내가 알던 너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겠지. 아니, 못했겠지. 그럴 용기가—거짓, 그리고 약간의 진실을 향한 부푼 악의에 간신히 얼굴을 대고 있는 것. 부족한 언어라 아쉬운 대로 용기라 썼어.—있었다면 네가 연기를 그만둔다는 결정을 내렸을 리도 없었을 테니까.
어쨌든 그 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극장에서 내려왔음에도, 나는 총 8번이나 영화관을 찾아 네 영화를 봤어. 나는 너의 결정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 너를 믿었다는 건 아니고, 단순히 알고 있었을 뿐이야. 그게 진실이라는 걸. 난 생각보다 너와 가까운 사람이거든. 이쯤이면 내가 누군지 알게 됐을까? 어때? 생각이 났어? 내 예상대로라면, 넌 이쯤에서 분명히 나를 떠올렸을 거야. 그전까진 비슷한 사람들이 몇 명 스쳐 갔을지 몰라도, 너의 그 일까지 아는 사람은 나뿐일 테니까. 네가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도—너는 매번 부인했지만—알고 있어. 넌 모든 걸 기억하고 있잖아.
자. 그럼 이제 내가 왜 너에게 이런 번거로운 방법으로 연락하는지도 알았겠지. 닿을지 안 닿을지 모르는, 이런 오래된 구식 방법으로 연락하는 이유를. 네가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도 난 상관이 없기 때문이야. 다만, 알아채 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어. 난 네 연기를 계속 보고 싶거든. 다시 너의 소식이 듣고 싶어. 그게 단순한 배역일지라도. 부디 나의 바람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럼 좋은 대답 기다릴게.
아, 너 근데 정말로 잘 지내니? 다시 한번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