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그려볼까요."
조그만 손아귀에 짧은 크레파스 한 조각이 짓무르듯 흰 도화지를 메운다.
"연우는 뭘 그리고 있어?"
검게 칠해지는 흰 도화지가 울퉁불퉁 솟아오른다. 앙다문 입술 위로 뽀얀 복숭앗빛 실핏줄이 두 볼 위를 불그스름 기어간다. 눈가를 보니 잔뜩 힘주고 있는 건 아닌데, 무언가 아이를 영문모르게 했나 싶어, 책상 옆으로 쪼그려 눈 높이를 맞춘다.
"연우가 뭘 그리고 있는지 선생님한테 알려줘 볼까? 선생님 너무 궁금해."
"꿈이요. 눈 꼭 감으면 꾸는거. 밤에 잘때 꾸는거."
"그치. 잘 때 꾸는 게 꿈이지. 근데 연우가 꾸는 꿈은 이렇게 까매? 꿈 꿀 때마다 연우가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
"왜요?"
무섭지 않을까. 깜깜하면. 오히려 햇빛에 쫙 핀 갈퀴손을 올리는 아이를 보다 문득, 노란 크레파스를 집어 드는 아이를 본다. 작은 실내화가 앞뒤로 바닥을 쓸며 흥얼거리듯 엇박자로 춤을 춘다.
"멋있는 꿈이네. 연우."
별이 된다고 생각한 건 아직 내가 부족한 탓일까. 좁은 우주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은, 항상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이거요. 선생님."
"선생님 주는 거야?"
위아래로 흔들흔들, 씩 올라간 볼덩이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하다. 노랑 빛 전구가 까만 하늘 사이로 번지듯 퍼진다.
깜깜하단 말이 들렸을까. 무섭다는 그 말에, 검은 크레파스를 땟국물처럼 손톱 사이에 가득 메운 조그만 손바닥 위로, 밝은 빛을 뿜어내는 전구를 비춰보였을까, 하다 햇빛에 가린 작은 날개들이 어둠 사이로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걸 본다.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 그렇지만 아이에겐 너무 좁은 이 세상. 입구에 작게 그려진 두 졸라맨 중 하나는 나라고 생각해 본다.
"꿈을 꿔볼까요."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