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한 살 한 살이 정말로 크게 다가왔다. 새로운 사람과 공간,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과 인식의 확장도 있었겠지만, 안에서부터 밖을 인식하는 마음의 성장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그건 달라지는 환경에 반응했다기 보다는, 커지는 몸과 생각에 따라 스스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가늠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이 좁다고 느꼈고, 더 먼 곳을 바라볼수록 오히려 그 인식의 끝에 서게 될까 봐 겁내기도 했다.
여섯 살이 됐을 때, 내가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기대감이었다. 어린이집 옆, 작은 태권도장에서 짧은 주먹에 큰 목소리를 악악 내지르면서부터, 꽉 막힌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기에 바빴다. 한 손을 쫙 펴면 가늠할 수 있던 나이에서, 마침내 오른 엄지손가락을 하나 더했을 때, 완전히 접히지 못한 나머지 네 손가락이, 힐끔힐끔 앞을 보려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어린이란 말은, 막 올라설 계단이라기보다 뛰어넘고 싶은 중간 다리였고, 그때는 그게 어렵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것저것 매달리고 떼를 쓰며, 또 남몰래 걸음을 옮기고 몸을 던지며, 다 붙지도 못한 뼈마디가 부러지도록 울었다. 언젠가 엄마가 그때 내가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며 뭐가 그렇게 억울했는지 물었는데, 어쩌면 그런 나를 감싸안아 줄 울타리가 돼주지 못해 그 마음이 비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감싸는 언어의 틀이, 등을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은 알고 나서였다. 점점 뚜렷한, 그러나 아직은 환상 같은 그때의 기억을, 더 펴지지 못해 넘어갈 듯 고개를 젖히는 여섯 손가락을, 다가오는 해에는 조금씩 감싸안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