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흉터

by In l ll

조금만 올라갔어도 실명이 될 뻔했다는데, 이제는 그 흔적이 어느 쪽 얼굴이었는지도 확실치가 않다. 탈 많던 시절에, 가장 큰 사건이었다. 아직 밖으로 손을 내밀기에는 높았던 창문. 매번 누나를 마중할 때마다 할머니는 나를 그 위로 올려주시곤 했다.

어느 날, 그 좁은 창문틀에도 익숙해져 힘차게 손을 흔들다, 결국 중심을 잃은 몸뚱이는 그대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3층 창문 밖으로 다이빙하지 않고, 무거운 엉덩이를 따라 거실로 떨어졌다는 것. 그런데도 할머니가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은, 그 평평한 바닥에 어느 날카로운 모서리가 있었는지 한쪽 볼살이 크게 찢겼다는 것. 금세 붉은 피가 눈알 안쪽으로 흘러들어, 따끔따끔 시야를 가렸다. 나는 또 익숙한 그 등에 업혀져, 정신없이 흩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묻었다. 붉은 실핏줄이 뿌옇게 흩어져 눈 앞을 가리고, 점점 굳어지는 핏덩이에 공포를 느끼며 눈물을 쏟았다. 일곱 바늘, 그 작은 머리통에 볼살이 달린 옆얼굴은 또 얼마나 작은지, 경계의 분간도 어려운 조막만 한 얼굴에 일곱 번의 바늘이 그 얇은 살덩이를 지나갔다.

눈 밑,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양처럼 길게 이어지던 꿰맨 자국은, 나를 보는 이들에게 복잡한 표정을 짓게 했다. 방긋방긋 쉽게 웃음 짓는 얼굴 한편, 벌써부터 그늘이 지던 큰 흉터는, 안쓰럽고 걱정 어린 대답을 돌려주었고, 그것은 나에게 동정을 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 작은 몸뚱어리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던 시절에, 그 상처는 결국 누군가의 부주의와 부족한 관심으로 책임이 돌아갔고, 표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것은 분명 눈에 보이는, 그러나 점점 희미해지는 상처보다 더 많은 아픔을 들쑤시게 했다.

이 시절에 나는 나이로 치기에도 남들보다 시야가 좁았다. 감정에 솔직했고, 쉽게 어리광을 부렸다. 턱턱 막히는 숨에도 발을 내디뎠고, 막힌 곳에 무모하게 주먹을 뻗거나 발길질하는 걸 당연하듯 여겼다. 쉽게 억울했고, 화가 차올랐다. 그 울분이 남들의 시선에 닿는다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이기도 했다. 결국 모든 원인을 나에게 돌릴 수 있었으니. 부족한 손길이 아니라 원래부터 탈 많은 아이라 불려도, 섬세하고 다정한, 무한한 손길은 언제나 사랑을 뻗었고, 그것은 내가 두려움 없이 다시 한 발을 내딛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난 자랐다. 흉터는 점점 작아졌고, 그만큼 내 시야는 넓어졌다. 많은 게 들어오는 시야는, 오히려 닫힌 시야보다 얕게 흘러들었다. 낯선 시선 끝에 마주하는 게 두려워 언제나 눈을 가리거나 낮춰야 했으니, 그것이 모두에게 보인다 하여도 들키지 않기를 바랄 뿐, 전처럼 막힌 문을 두드리지는 못했다. 자꾸만 밖으로 나던 생채기가 어느 순간 안으로 파이기 시작하더니, 변함없는 사랑에도 심지 굳게 스며든 혈액 덩이들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막아버린 것처럼 천천히 숨을 조였다.

얼굴을 들여다보다, 눈가 주름진 부분 희멀건 선이 아주 조금, 그 남은 흔적이 가늘게 생명을 이어갈 때, 눈에 보이지 않던 시선들에 날을 세우고 받아치던 어린아이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혈색이 도는 얇은 실핏줄이 퉁퉁 부르튼 볼덩이 위로 막힌 혈로를 뚫듯 가로지르던 시절, 그 무게에도 온전히 내 마음을 담아내던 흉터가, 여전히 날을 세우고 여린 숨을 조금씩 이어가는 게, 잊혀만 갔던 다정한 온기로 가득한 무모함이, 이제는 그 모습 그대로 잘 정갈된 무늬와 같이 얼굴에 한 조각으로 남으려 하는 것 같아, 가만히, 조금씩 그 흉터를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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