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유치원 선생님

by In l ll

어릴 때 나는 울음이 한없이 많은 약한 아이였는데, 한편으로는 매번 주먹을 먼저 뻗는 공격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어쩌면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화가 나면 우선 주먹을 뻗었고, 어느 날은 맞는 아픔도 모른 체 사정없이 상대를 때리기도 했지만, 또 어느 날은 누군가에게 한 대 맞고 장장 한 시간 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내 안 무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할 정도의 두려움은 아니었다. 두려움, 더 나아가 내가 그때 느끼던 '공포'는, 비슷한 또래의 어설픈 헛발질과 덜 자란 주먹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존재와 그 기이함, 또는 그 깊이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누군가의 표정에서 왔다. 특히 나와 자주 관계되던 주변인이, 그러한 위압과 분위기를 내비쳐 보일 때―설령 그것이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은 손짓, 날카롭지도 않은 무표정한 시선, 공기를 살짝 데울 정도의 잔잔하고 짧은 숨소리일지라도―, 나는 그 잠깐의 순간에 전신 가득 공포를 느끼고 몸이 움츠러들곤 했다. 그때 당시 유일했던 공포의 대상은, 바로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나는 초등학교와 같이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녔는데, 누나가 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에, 설령 무슨 일―어릴 때와 같은 적응 문제―이 생기더라도, 괜찮겠지,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지 않았나 싶다. 대안이 많지 않기도 했다. 새롭게 생긴 신도시는, 우리 가족과 같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젊은 부부를 많이 불러 모았지만, 아직 그만큼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병설유치원도 마찬가지의 사정이었고, 결국 원생을 뽑는 추첨을 했다. 하얀 탁구공이 나오면 꽝이고, 주황색할머니는 이게 귤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옆에 다른 아이가 귤을 까먹고 있었고, 할머니는 나한테도 귤을 주기 위해 열심히 찾았다고 했다―이면 당첨이었다. 할머니는 몰래몰래 공이 담긴 상자를 들여다보면서 주황색 공을 뽑았고, 덕분에 나는 무사히 병설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날 나는 거기서 그 선생님을 처음 보았다. 약간 날카로운 인상이긴 했지만, 아이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 모습은, 여느 다른 선생님들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적어도 첫인상은.

사건의 시작은 아마도 개학 초,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놀이터에서 놀다 종이 치는 소리에 다 같이 헐레벌떡 교실로 들어서던 순간이었다. 한 아이가 아직 몇 친구가 들어가지 못했는데 갑자기 안에서 문을 막았고, 밖에 남은 친구들은 순간 선생님이 올까 당황하다가도, 여럿이서 함께 힘을 주어 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때 먼저 들어와 안에서 이걸 구경했는데, 밖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던 친구들의 모습이 제법 웃기다고 생각해, 다음날 쉬는 시간에 그 아이가 했던 것처럼 수업 종소리와 함께 문을 막았다. 주변 아이들 몇몇이 곧 동참했고, 나는 밖에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신나서 계속 문을 막았다. 그때였다. 선생님의 큰 목소리가 들려온 건.


"누구야!!!"

평소에도 나긋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날의 목소리는 마치 커다란 불꽃과 같았다. 그 불꽃은 곧장 막고 있던 문을 향해 날아왔다. 쿵―, 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그 소리에 놀라 재빨리 제 자리를 찾아갔지만, 나는 그곳에 굳어 불꽃이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갈 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막는 이들이 사라진 문은 금방 스르르 열였고, 곧 이제껏 본 적 없던 선생님의 표정을 나는 똑바로 직면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 날카로운 시선에 담긴 분노가, 곧바로 나에게 꽂혔다.


"너야? 문으로 장난친 사람이? 당장 앞으로 나가 손들고 무릎 꿇고 있어."

나는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머릿속에는 그 날카로운 시선이 계속 떠올랐고, 귓속에는 너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그 말이 참 낯설었다. 여태껏 나에게 상냥했던 주변 어른들 모두가, 나를 이름으로 불러줬단 걸, 그때 깨달았다. 그 후로 나는 최대한 선생님을 멀리 피해 다녔다. 그가 무슨 말을 하면 무조건 네, 라고 대답했고, 어쩌다 그의 곁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의 표정을 최대한 살폈다. 그의 기분이 괜찮아 보이는지, 우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뛰어놀다가도 그가 오면 금방 얌전해졌고, 말이 없어졌다. 나는 또한 되도록 그를 찾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 날은 수저를 가져오지 않았음에도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어 나뭇가지를 꺾어다 밥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선생님은 다음날 나에게 나뭇가지로 밥을 먹은 게 사실인지 물었고, 나는 우물쭈물하다가도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굴복하여 결국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혼을 내기보단 잠시 말을 고르는 듯 시선을 낮추더니, 곧 그저 알겠다는 말과 함께 나를 교실로 돌려보냈다.

언젠가 유치원을 졸업하는 날, 엄마 뒤에 조심히 숨어 자신을 지켜보던 나를 향해, 선생님은 처음으로 무릎을 완전히 굽혀 나에게 눈높이를 맞춰주었는데, 어쩌면 수저의 일을 추궁하던 그날, 못된 개구쟁이로만 생각했던 나에 관해, 그리고 그런 아이를 대하던 자신의 모습에 관해, 조금은 다시 생각해 본 게 아닐까 한다. 그도 당장은 아이들을 상냥히 대할 수 없었고, 나도 금방 그에게 마음을 열 수 없었지만, 우리들이 헤어지는 그 마지막 날, 그는 처음으로 먼저 나의 표정을 온전히 살피려 노력했다. 지금은 안다. 아이를 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선생님의 고민은 결국 아이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태도에 닿았다. 나는 매번 주위를 살피던 그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 언제나 아이들이 담겨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시선이, 결코 아이들을 무섭게 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무릎을 낮춘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 년 동안 감사했다고. 처음이자 마지막, 그 짧은 말 안에, 그동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날의 죄송한 마음 담으면서, 나는 매번 바라보던 그의 눈매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웃음 짓는 그의 표정이 정말로 예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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