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구반

by In l ll

많은 전학생이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반에 아이들이 많다고 느껴서였을까. 둘 다 였을지도 모를 이유든, 2학기가 돼서 새로운 반이 하나 생겼다. 어째선지 내 기억으론 항상 그늘진 곳이라, 오전 수업만 하던 1학년 교실이었음에도, 해가 뉘엿 저무는 시간대처럼,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과도 잘 어울리게 운치가 있었다.

새로운 반에 갈 아이들을 고르는 방식은 뽑기였다. 자리를 바꾸는 것처럼, 이번엔 o와 x가 쓰인 종이를 하나씩 고르는 거였다. 아마도 두세 명 정도. 어떻게 그걸 뽑냐는 친구의 말을 생각하면 두 자리 확률이 안됐던 걸로 기억한다. 수많은 x 중에서 그 낮은 확률을 뚫고 o를 뽑은 나는, 다음날 새로운 교실로 이사를 갔다. 또 낯선 환경, 낯선 교실, 이라고 하기에는 당시 다녔던 영어학원이나 태권도에서 알음했던 얼굴들이 다수. 그중 이미 꽤 친했던 아이들도 있던 터라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다. 새로운 선생님은 이전 선생님과는 달리 잘 웃었고, 또 친절했다. 물론 이전 선생님을 내가 일방적으로 무서워한 걸지도 모르지만, 담임 선생님이 거의 모든 수업을 전담하는 저학년 때는, 선생님 하나로 정해지는 반 분위기가 있었다. 이전 선생님은 나름의 규칙을 강조하며 아이들을 대했던 방면, 새로운 선생님은 전반적으로 자유롭고 유하게 아이들을 대했던 거 같다. 이제는 없어진 토요일 학교 가는 날마다, 시간표대로 수업을 하기보다는 다 같이 영화를 보며 가져온 과자를 먹었던 일과, 쉬는 시간이면 하던 공기놀이든 딱치치기든, 오히려 같이 어울리던 선생님의 모습이 기억난다. 새로운 선생님은 교실 곳곳을 아이들의 흔적으로 장식하는 걸 좋아했고, 또 그걸 매번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문제아가 됐던 1학기. 그 기억의 공간을 벗어나, 가을 소풍을 가고, 학예회를 하고, 줄넘기 대회를 나갔던 2학기가, 그 안에 담긴 그늘진 교실 속 따듯한 추억이, 분명하진 않아도 언젠가 마음을 데우던 순간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런 소소한 기억들이 하루를 살게 한다는 걸 알기에, 붙잡아 놓았던 기억을 조금씩, 조금씩, 어릴 적 아끼던 구슬과 같이, 굴려도 보고 비춰도 보며 곱씹어 보다, 언젠가 굴러 굴러 장롱 밑으로 사라져 버린, 가끔 그 속에서도 햇빛에 반짝여, 그 구슬의 빛깔이 자연스레 내 안에 스며들어 올 때, 나는 그저 비춰나온 빛깔만을 천천히 곱씹어 보기로 했다. 온전한 구슬을 마주하기 두려워서라기보단, 비친 빛깔로 충분하달까.

그냥, 그냥.

어쩌면 분명한 사실보단, 그게 내 기억이니까. 여덟 살의 끝자락, 어렴풋한 기억.

























읽어주시는 분들께.


졸업 준비로 날짜 확인이 늦어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죄송한 마음 담아 늦게라도 글을 올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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