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될 수 있던 시절, 그래서 어떤 모습을 그려도 나름 그럴듯하게 보이던 시절에,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티비에 나오는 화려한 아이돌이 멋있어 보였고,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어차피 자주 바뀌는 꿈. 길면 한 달, 대부분 주마다 바뀌던 꿈에, 엄마는 처음으로 안 된다고 말했다. 아빠 차를 타고 외갓집에 가던 길, 흘러나오는 음악을 누나와 같이 따라 부르다, 평소처럼 했던 말. 축구선수에서 경찰, 프로게이머, 마술사 다음으로 정한 꿈이었건만, 엄마는 내 무엇을 보았는지 처음으로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따라 부르던 노래도 멈추고 멍하니 엄마의 뒷모습을 봤다. 한 번 뒤돌아보지 않는 그 모습에, 어느새 음악도 꺼지고 크게 소리 지르는 내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설령 가벼워 보일지라도 무엇이든 진심으로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여덟 살의 나에게, 엄마는 어째선지 가수라는 꿈에만 현실성을 부각시켰다. 노래는 못하잖아. 나는 그 말이 몹시도 서러워, 남은 외갓집 가는 길 내내 울음을 삼켰다.
시간이 지나고, 내 꿈은 또 다른 걸로 바뀌었지만, 왜 가수가 되겠다는 꿈에만 유독 박했을까, 하는 의문은 오랫동안 남았다. 호기심 많던 시절, 무엇이든 작은 계기만 있어도 깊이 빠져들었고, 그러다 곧 열정이 다해 또 새로운 것을 찾아 움직이던 내게, 유독 가수라는 꿈만 박하게 만류하던 엄마의 모습이, 눈 한 번 마주치지 않던 그 모습이, 꽤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가족에게, 특히 엄마에게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말은 잘 못 하게 되었다. 그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대화 중에 얼핏 비슷한 화제를 던져, 엄마의 반응을 보곤 했다. 다행히 엄마는 그 이후로 나의 꿈에 한 번도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밀어주었고, 덕분에 나는 많은 꿈을 꾸며 자라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무엇을 향한 관심도 열정도 모두 불타버렸는지, 호기심이란 게 전혀 없는 요즘에, 꿈이란 뭘까, 생각하면 다양한 직업을 떠올리던 그 시절의 내가, 엄마라는 따듯한 울타리 안에서 자라는 작은 동물과 같다고 생각했다. 아직 어린 내가 곧 커버려 여린 풀조차 남김없이 뜯어 먹을 걸 생각하며, 그 성장 속도에 맞춰 더 넓은 초원을 감싸안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엄마의 생각이, 그땐 보지 못했던 엄마의 표정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자꾸자꾸 까먹는 엄마도, 언젠가 웃으며 꺼냈던 그때의 일은 여전히 기억하는 걸 보며, 요즘은 조금 다른 질문을 한다. 엄마의 꿈은 무엇이냐고. 그 어린 시절, 지켜주고 싶던 나의 꿈 말고, 엄마가 웃으며 노래 부르던 꿈을 무엇이었을까, 묻고 또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