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피시방

by In l ll

엄마의 핸드폰 속, 그 단순한 게임 몇 가지가, 아마도 내가 처음 접한 게임이 아닐까 하는데, 이조차도 쉽게 빠져 엄마가 도로 핸드폰을 가져갈 때까지, 혼자 그 조그만 화면에 시선을 두고 좁은 자판을 꼼지락거리곤 했다. 그런 나에게, 피시방은 낯설면서도 천국 같은 곳이었다. 어둑한 분위기, 담배를 껌벅이던 어른들, 가끔 울리는 나이 많은 형들의 큰소리와 욕지거리. 매번 문턱에서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 번 두 번, 점차 그 공간이 익숙해지자, 어느새 그런 환경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한 시간에 대략 오백 원에서 천원. 그 정도의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게임을 친구와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롤이 들어오기 전까지, 다양한 게임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일 오래 했던 게임은 스타나 메이플 정도였는데, 친구들과 같이 피시방에 가는 걸 염두에 두다 보니, 육성이 중심이 되는 메이플보다는 스타를 더 오랫동안 했다. 아홉 살, 이제 간단한 영단어 몇 개를 익힐 정도였는데, 그 당시 피시방에 깔려있던 스타는 전부 영어로 되어있어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이 더 어렵게 보였다. 하지만 당시 무엇이든 자주 승부욕을 보이던 나에게, 그 정도의 어려움은 큰 난관이 되지 못했고, 결국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그 게임에 대해 차차 알아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집 컴퓨터에 간신히 깔아, 이것저것 눌러보기도 하고, 주변 잘하는 친구들의 방법을 유심히 보고 연구하기도 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러한 열정이 통했는지, 한두 살이 더 먹었을 때쯤, 그래도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을 잘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게임 실력을 위해 애쓰던 열정이 우습게도 느껴지지만, 그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게임은 운동만큼이나 중요했다. 오히려 공부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공부 얘기를 하면서 어울릴 때는 아니었으니까. 아이들은 그저 간단히 어울릴 것이 필요했고, 오히려 운동보다 간단했던 게 바로 게임이었다. 모이지 않아도, 땀을 흘리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만 있으면 만날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많이 지나, 게임할 체력도 열정도 많이 부족해진 지금에서 보면, 당시 그건 하나의 문화였다. 그 시기 남자아이들이 어울리는 문화.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아이끼리는 서로의 게임 랭크를 물으며 말을 트고 게임을 하면서 친목을 다졌다. 누가 더 잘하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 논의하면서, 우정을 키워나갔다. 언젠가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 이제는 너무 다양해진 관심사에 짧게 짧게 끊기던 대화가, 어쩌다 불쑥 튀어나온 게임 얘기에 길어지다가, 결국 피시방에서 같이 한두 판 게임을 돌린 적이 있다. 물론 게임이 그때와 너무 달라져 한 판도 이기지 못했지만, 모두가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게임에 집중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서로 논의하고 연구하면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다 같이 피시방에 갔던 그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모두가 열정을 쏟았던 그 게임이, 이젠 하나의 추억이 돼버린 걸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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