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뽑기

by In l ll

요즘도 가끔 보이지만, 예전 문방구 앞에는 꼭 뽑기가 있었다. 주로 백 원 이백 원 하는 동전을 넣고 돌리면 초등생 그 주먹 하나에 안락히 들어갈 만큼의 알구슬 덩어리 같은 게 나왔다. 그 안에 든 건 정말 쓸데없는 장난감. 피규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실용성도 하나 없는. 대부분 동전을 넣고 돌리던 그 짤막한 순간과, 그 알구 슬 덩어리가 가득한 통 앞 전단지 속 메인 장난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걸 정말 자주했지만 항상 그 전단지에 있는 걸 뽑지는 못했는데, 같이 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그걸 뽑는 걸 볼 때마다, 결국 큰돈이던 천 원짜리를 동전으로 바꾸던 경험이 있다. 그렇게 매번 쌓여가던 잡동사니들.

어느 날, 그런 작은, 아주 작은 실패 경험이 쌓이고 쌓여 스멀스멀 분노가 올라올 무렵, 동전을 먹은 뽑기통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퉁퉁한 손 밑바닥으로 뽑기통 옆면을 통통 두드리다, 쌓인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었는지 쿵- 발차기를 날렸다. 힘없이 갈라진 뽑기통 옆면으로 뽑기가 주르르 쏟아졌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힘껏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우선 앞으로, 그러다 더 좁은 골목으로 안쪽으로. 골목 끝에서 숨을 고르다 뒤따른 다른 친구들이 헉헉거리며 쫓아오고 있는 게 보였다. 한 친구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는데, 그게 계기가 됐는지 심각한 내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나중에 학원을 지나치다 슬쩍 시선을 두고 부서진 뽑기통을 살폈다. 구멍 난 뽑기통 옆에 붙은 A4용지에 매직으로 쓰인 글씨. 뽑기통 차지 마라. 혼난다.


나는 그 후로 문방구를 더 열심히 갔다. 그 어린애 나름의 무서움과 죄책감을 더는 방식이었다. 슬쩍슬쩍 뽑기통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던 내가 범인이라는 걸, 아저씨는 알았을까? 무심한 듯 동전을 바꿔주던 아저씨가 생각난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이제 뽑기통은 안 차요.

여전히 원하는 건 못 뽑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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