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당혹감

by In l ll

감정을 배울 시기였다. 울음에 서러움, 슬픔, 분노, 물리적 아픔까지. 무엇인지 몰라도 눈물로 흘러드는 감정에 이유는 있기 마련이었다.


분주한 아침, 두 아이를 깨우고 빵 쪼가리 하나라도 먹여 보내는 건 할머니의 짐이었다. 그 수많은 시간 중에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뚜렷하지 않은 그 한마디에 나는 이제껏 없던 불안을 느꼈다. 그 감정은 또 흘러 잘 알던 감정으로 복잡하게 얽혀들었고, 또 예상처럼 눈물로 그 형태를 드러냈다. 서러운 건지 뭔지도 모른 채 눈물을 터트린 내 앞에서, 할머니는 웃으며 나를 쓸어주었다.

나는 아직 당혹감을 모른다. 여전히 그것은 눈물 비슷하게 변화하고, 꾹꾹 내 안에 쌓인다. 남들의 감정을 쓸어줄 역량도 없다. 말 한마디에 쿡쿡 찔리는 가슴을 부여잡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가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 날이 올까. 수많은 가시를 따듯하게 품어, 봄날에 꽃을 피우던 그의 환상 같은 품 안을 이해하는 날이 올까. 불안한 듯 보여도 모든 것에 초연해진 할머니를 보며, 아직 자라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가시를 묻기로 했다. 이번엔 내가 토양이 되기로 했다. 이제 조금 자라보려 한다. 남은 시간, 꽃피우지 못해도 그를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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