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노래방

by In l ll

노래방에 갔다. 애들 둘이. 카운터에 겨우 얼굴을 올려놓은 아이가 내민 만 원짜리 하나. 줄 달린 안경을 낀 아주머니는 바로 앞 넓은 방에 새우깡과 음료 두 개를 놓아주었다. 기억나지 않는 드라마의 OST를 계속 불렀는데, 한 명이 웃으면 그만 같이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아 서로 노래를 부를 때 웃지 말자고 약속을 하고 불렀다. 잔잔한 발라드였다.

한 시간. 10분 아래로 내려가면 또 한 시간이 채워졌다. 장장 세 시간을 넘기고 몇 번의 노래를 그냥 흘려보내고 나서야 끝이 났다. 또 오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우리 둘은 90도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목이 칼이 든 것처럼 따가웠다.

그 노래방은 금방 사라졌다. 학원가 사이 매번 불 꺼져 있던 그곳. 곧 몇 년이 안 돼 코인 노래방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전 형태의 노래방은 전부 사라졌다. 어딘가 으슥한 분위기에 카운터 뒤 음료수 냉장고만 흰빛을 뿜던 곳. 방에 들어가기 전 안쪽 방으로 길게 이어지던 복도가 생각난다. 긴 직사각형 책상 위에 두꺼운 노래방 책과 재떨이. 소파에 밴 담배 냄새와 붉은 색감의 향수 냄새.

무언가 호기심인지 공실이 되어 벽조차 허문 그 먼지 가득한 공간에, 조심히 발을 들여 내부를 구경한 적이 있다. 방이며 복도며 경계가 사라진 곳에 얼마나 많은 방이 있었을지 어림으로 가늠해 봤다. 창문 하나 없어 전보다 더 어두운 공간. 바닥에 깔린 나무 자재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천천히 안쪽으로 향했다. 그 어둠 뒤를 바라봤다. 보이는 곳 너머, 얼마나 깊은 어둠이 있었을지, 얼마나 넓은 공간이 있었을지 천천히 생각해 본다. 사라져도 끝내 없어지지 않은, 그 무형의 기억을 뒤져보다가.

이전 29화열. 반장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