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반장선거

by In l ll

사실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열 살에 처음 생긴 반장이란 것에 지원했다. 다들 어떤 반을 만들겠다, 하고 간단히 포부를 드러낸 다음 투표를 했다. 나는 1표를 받았는데, 반이 바뀐 지 며칠도 안 돼 친해진 짝꿍의 표였다. 내 표를 얻은 짝꿍은 반장이 되었다. 칠판에 쓰여있는 작대기 하나가 붙은 여러 이름. 짝꿍은 내 눈치를 보는 듯 당선 소감을 말하고 와서도 아직 칠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흘긋흘긋 쳐다봤다. 괜찮아? 묻는 다정한 말에, 축하한다고 말했다.


글쎄, 나중에 메타인지란 단어를 알았을 때부터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일을 자주했다.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고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점차 많아졌으니까. 회복탄력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 안되는 것, 못하는 것이 생기면 길을 막아버렸고, 성과가 나오는 즉각적인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 같았다. 무엇이 되어도 좋다는 거니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내 역량이 여기까지인 걸 스스로 알아차릴까 봐. 여전한 가능성의 긁지 않은 복권이 되고 싶었다. 만료 기한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삶은 도전 없이 굴러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 경험들이 버팀목이 됐다. 난 그런 도전도 했어. 난 그런 자신감도 있었어.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 나를 버티게 했다. 인생에 굴곡이 없어져 점점 더 못하는 게 많아지던, 늦었어 최선이었어 반복하던 합리적 메타인지 속에서, 높아진 절벽 아래로 내 삶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가파른 절벽을 깎아지르듯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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