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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Aug 13. 2023

퇴사 전,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

vol 01. 내 인생의 변곡점에 관하여


드디어 리더가 되었다! 그런데..


퇴사하기 직전, 오랜 기간에 걸쳐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성장했고 주어진 일을 하는 팀원에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가 됐다.


리더가 되고 보니, 회사에서 강조했던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고 성과로 보여야만 하는 그 책임감과 무게를 체감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오래도록 기다린 역할에 대한 설렘이 그 무게감을 덮고 요동쳤던 것 같다.


워라밸을 중시했던 팀원 시절은 이미 까마득히 잊혀졌고, 회사에서 할당된 혹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뤄내는 것이 내 삶의 0순위로 올라가 곧바로 일이 내 삶이 되었다.


야근은 당연하게 느껴졌고, 퇴근 후와 자기 전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내게 주어진 목표와 일에 대한 생각을 했다.


놀 때도 밤샘은 더 이상 어렵다고 했던 내가 무색하게도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밤샘 업무를 아침까지 하고 있었다.


’난 원래 열정적인 사람이야‘


누군가는 내게 열정적이라고,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내게 박수를 쳤다. 회사의 상사는 칭찬을 했고, 인센티브, 휴가‥ 다양한 보상으로도 이어졌다.


늘 정신 바짝 차리며 일에 대한 스위치가 늘 켜져 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체력과 정신이 조금씩 깎여지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도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 건강검진으로 인생 최악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새벽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져 잠을 깨는 경우도 왕왕 생겼다.


체력과 정신 건강 모두 나빠지고 있다는 시그널은 분명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난 원래 열정적이야‘

‘일에 대한 성과로 보상받자’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잘 살고 있어’


어쩌면 자기 최면, 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던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거지?‘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 위에 누워 내일은 어떤 업무를 먼저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체크할 때마다,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 한 켠에서 계속 꼼지락거리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거지?”


다양한 답변이 떠올랐다.

돈, 인정, 성공, 명예,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다는 성취‥

그중에서도 나는 성취와 인정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좋은 성과를 얻고, 누군가가 나를 칭찬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그 기분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늘 그다음 단계의 목표가 주어진다. 누군가 나를 칭찬한다면 다음은 그 기대치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양한 자기 계발 책들과 명언, 각종 매체들이 떠드는 메시지들이 계속 나를 채찍질했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꿈꿔라’

‘안주하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갖는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가?’

이 질문에는 명쾌하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고, 나란 사람이 희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남에게 맞춰진 나를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개인 노트에 리스트업 해봤다.

그렇게 작성한 리스트 안에는 내가 느끼는 행복의 중심점이 ’성취와 인정‘에 있지 않았다.


내가 설정해 둔 목표와 KPI 리스트를 체크업 하면서도,

매일 하나하나 세워놨던 계획을 이뤄나가면서도,

내 삶과 인생에 정작 필요한, 중요한 일들은 실행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언젠가,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이런 생각들로 내가 계속 미뤄왔던 것들이었다.


그 지점이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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