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chair),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by minimal jean
양재동, 어느 브런치 카페







있을 땐 잘 모르지만,

없을 때는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있을 땐 잘 모르지만, 없을 때는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의자가 아닐까 싶다. 힘든 바깥 일을 마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탔는데 의자가 남아있지 않다면, 그처럼 아쉬운 것이 없다. 또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그 동안 밀린 수다를 떨러 카페에 갔는데 의자가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도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그렇게 의자는 우리가 쓸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드러낸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자주 만나게 된 '카페 의자'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내가 가진 사물 하나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여보고 있는데, 그 중 요즘에는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잠을 자기 위해 침대가 소중하고, 일을 하기 위해 책상이 소중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책상과 식탁에 가려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의자'는 그동안 내게 그다지 관심가는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도서관에 가지 못하고 카페에 가기 시작하면서 의자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도서관 의자는 책 읽기에 가장 적합한 의자여서 오래 앉아서 책을 읽어도 허리에 무리가 없었지만, 카페 의자는 달랐다. 책을 읽은지 1시간이 채 안 되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집에 와서도 허리 통증이 꽤 계속 되었다. 처음엔 잘못된 자세로 앉아서 허리가 아팠나 생각이 들었지만, 허리아픔이 몇 번 반복되니 '의자'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카페 의자는 라탄으로 된 신기한 둥근 의자였다. 싱그러운 카페 분위기와 잘 맞는 아름다운 의자였지만, 허리받침이 곧지 않아서 오래 앉을만한 의자는 아니었다. 그동안 의자라면 무릇 사람이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안하게 쉬게 해줄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자에도 자기 개성과 취향이 있었다. 자신의 모습과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이 앉는 자세를 형상화하고 있는 의자는 자기주장이 강한 사물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서의,

의자




의자가 가장 개인적인 공간 중 하나라는 어떤 유명 건축가의 말이 이제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아무 집, 아무 옷이나 모든 이들에게 다 어울리는 것은 아닌 것처럼, 아무 의자도 모든 이들에게 다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의자는 집보다도 매우 작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의 할 일을 잘 수행하게 만드는 기능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집이나 옷보다 더 까다롭고 더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렇게 까다로운 공간인 의자는 자신이 가진 성질, 기능, 모양 등 모든 것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매일 우리가 의자를 선택한 듯 싶지만, 때로는 의자도 우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각종 테이블에 가려 의자의 소중함이 덜 해보이는 듯 싶지만, 의자가 없다면 혹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의자를 써야 한다면 우리는 분명 너무나도 서운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나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생활 속에서 내가 앉는 수많은 의자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나와 가장 잘 궁합이 맞는 듯한 의자를 찾고 싶다. 아마도 그 의자는 나의 가장 개인적인 사람인 내 남자친구처럼 내가 무슨 자세,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를 따뜻하게 받아줄 것이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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