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가 더 좋은 이유

필름 카메라는 '성실한 사진가'를 만든다

by minimal jean


IMG_5330.JPG?type=w966 60년대생으로 추정되는(?) 독일 브랜드 Agfa의 필름 카메라 :)





나는 똥손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폰 카메라로 수십장의 사진을 찍어도 건질 사진은 몇 개 안된다. 그나마 대부분의 멋진 사진(?)이라고 생각되는 사진은 유명 사진 어플이 만든 인위적인 '갬성' 사진이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사양과 가격은 점점 높아지는데, 내 촬영 실력은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런데 작년 말 남자친구의 소개로 20세기에 탄생한 필름카메라를 만났다. 오직 찍고 현상할 수 있는 단순 기능만 가진 카메라. 유한한 필름사정으로 찍을 수 있는 횟수가 정해진 카메라. 사진을 찍고 싶은 대상과의 거리를 생각해 거리비를 맞춰야 하는 카메라. 여러모로 제한이 많은 카메라였지만, 그 '제한'이 나로 하여금 사진 찍을 때는 사진에만 초집중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용량이 풍족한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며 각도와 거리에 상관없이 한 번에 수십장을 찍는 것에 거리낌 없었던 나의 방종(?)을 제어해주었기 때문이다.




IMG_5335.JPG?type=w966 코닥 필름!





비싼 필름 값은 나를 성실한 사진가로 만든다.





비싼 필름을 마구 사용하는 것이 아까워 중복 사진은 왠만하면 잘 찍지 않게 되었다. 촬영횟수도 정해져 있는 만큼 재미있고 아름다운 장면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 속 모든 shot은 점차 서로 다른 멋진 shot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믿었다. 사실 믿을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는 정말로 필름 카메라의 사진은 현상하기 전까지 내가 잘 찍었는지 못 찍었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인 듯 싶다. 사진을 현상하기 전까지 두근두근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 (즉각적인 사진 확인과 delete 모두 가능한 아이폰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그리고 마침내 현상된 사진은...







IMG_5082.JPG?type=w966 의도치 않게 멋진 빛 번짐 ㅎㅎ



IMG_5094.JPG?type=w966 갬성 갈대!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동했다. 아이폰은 live photo 기능을 통해 조금은 인위적으로 사진의 순간적 이야기(instant story)를 담는다면, 필름 카메라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긴 이야기(long story)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특히 인물 사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필름카메라는 모든 사진 속 인물을 '사연있어 보이는 여자' 혹은 '사연있어 보이는 남자'로 만든다. 왜 그런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필름카메라의 인물 사진에서는 사진 속 모든 배경이 그 인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시선은 인물로 집중되고, 그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 인물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진 한 장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




20세기 필름카메라는 21세기 아이폰 카메라가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된 힘을 갖고 있다. 어떤 단 한 장의 사진이라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이 힘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누구나 쉽게 필름 카메라로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멋진 사진들이 모여 또 우리 삶의 긴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들려준다.




처음 소유한 카메라가 핸드폰 카메라였던 90년대생 초보 사진가. 20세기 필름 카메라를 만나 즐거운 상상력을 뽐내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내는 ‘멋진 사진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꿈꿔본다. :)






IMG_5087.JPG?type=w966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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