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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Sep 24. 2022

좋은 기업은 어떤 상황이건 100% 보유해야 하나요?

MEMO - 8

2022.09.24(토)_가치투자연구소 질문/답변


무조건 좋은 기업은 어떤 상황이건 100% 보유해야 하나요??



 안녕하십니까 좋은 주말의 시작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새 고민이 있어 여쭤보고자 카페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내 생각에 기업이 발전할 거라 생각하면 항상 보유해야 올라갈 때 수익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새는 이 상황에도 예외를 둬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미국이 인플레 때문에 금리를 올릴 때 - 주식비중 축소, 채권 비중 늘리기


 미국이 경기가 호황이어서 금리를 올릴 때 - 주식 100 유지


 미국이 금리를 내릴 때 - 경제가 안 좋다는 방증이므로 현금 비중 늘리기, 채권 비중 늘리기


 예전에는 가치투자는 무조건 싼 기업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크로를 아예 안 보는 거 보다는 최소한 금리 정도는 봐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금리를 오르고 내리는 것도 커다란 숲으로 볼 때는 가치판단의 척도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 하락장에서도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방산주나 소수의 종목들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저는 아무리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어도 하락하는 종목이 더 많은 장에서 소수의 종목을 고를 자신이 없거든요. 


 워런 버핏이 절대 돈을 잃지 말라고 한 말을 기억합니다. 미국 역사상 금리를 올렸다 인하할 때 주식 시장이 좋았던 역사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만약 내 생각이 틀리더라도 돈을 조금 덜 벌면 되고, 그것이 내 주식을 덜 깨지게 할 수 있다면, 최소한 금리 움직임에 대한 매크로는 관심 있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치투자로 유명하신 vip자산운용 최준철 대표님도 미국의 금리 매크로는 주의 깊게 보신다고 하시는데, 금리 정도의 매크로를 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덜 깨지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주식을 100 유지하기보다는 금리라는 아주 커다란 매크로에서는 현금과 주식 비중을 조절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저도 금리가 어느 정도 내려가면 그때부터는 다시  금리 외 어떤 매크로도 신경 안 쓰고(남유럽사태, 무역분쟁 등) 기업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수익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답변


작성자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가치투자는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단지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전적인 의미의 가치투자, 즉 그레이엄 식의 가치투자는 가치보다 가격에 더 중점을 둔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가치가 성장하는 것과 별개로 괴리만 발견해 투자하고 해소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버핏식 가치투자는 여기에 더해 기업의 가치가 성장하는 상황을 추가로 가정합니다. 가치가 성장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요? 약간의 의미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좋은 기업', '탁월한 기업', '위대한 기업'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렇다면 대략적으로 정리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치투자는 '좋은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이다.' 약간의 말장난을 섞는다면, '탁월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산다'거나, '위대한 기업을 영원히 보유한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본문에서는 '좋은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이라고 가치투자를 정의하겠습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좋은 동시에 저렴한 기업을 찾는 것? 아뇨. 좋은 기업과 저렴한 가격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 주관적일 수 있고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기업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적는 동안 저는 작성자님이 말씀하신 금리나 매크로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하워드 막스가 말했듯이 이런 거시적인 요소들은 중요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또한 이런 것들이 좋은 기업을 정의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정의하는 것들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죠. 단지 거시적인 상황이 나쁠 때는 위의 기업을 찾을 기회가 조금 더 많아지고, 반대 상황에서는 줄어들 뿐입니다. 


얼마 전 과거 투자를 했던 기간을 돌이켜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탁월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버핏과 멍거를 존경하고 가치투자를 사랑하며,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진심이 부족했던 것이었을까요? 안목이 그들보다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들의 말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이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투자자마다 능력이 다를 수는 있지만 가치투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든 좋은 기업을 찾고 싶어 하고, 실제로 찾았을 때 무척 설렙니다. 그리고 저렴하게 살 수록 기분이 좋아질 것입니다. 문제는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자꾸 눈을 돌린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을 찾고, 가치 있는 것을 읽고 생각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경제지표를 추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기 때문입니다(그럴 능력이 부족했는 데도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습니다). 본업에 소홀해지면 누구나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을 보는 안목이 없다면 그 능력을 키우세요. 가장 명확한 해결책이 아닐까요? 굳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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