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 밴드 퀸(Queen)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프레디 머큐리(보컬, 피아노), 로저 테일러(드럼), 브라이언 메이(기타), 존 디콘(베이스)이 밴드를 결성한 시기부터 영화 제목이자 이들의 역작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비롯한 명곡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렸다. 프레디 머큐리와 멤버들의 갈등,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 발병을 지나 1985년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오른 순간으로 막을 내린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퀸의 기나긴 서사를 '영화'라는 틀 안의 134분 러닝 타임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6분에 이르는 재생 시간 때문에 라디오에서 틀기를 꺼려했 듯, 이 작품 또한 상업 영화로써 러닝 타임에 제약이 있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영화에서 퀸의 결성에 초점을 맞춘 후 이들의 명곡들을 다루고, 중후반부터는 뒤늦게 성정체성을 깨닫고 방황하는 프레디 머큐리를 카메라 앵글 중앙으로 끌어왔다.
영화를 통해 귀에 익숙한 퀸의 노래에 열광하다가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에 몰입할 수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가 한 때 사랑을 맹세한 메리 오스틴은 프레디 머큐리에서 '뮤지션'이라는 장막을 걷어냈다. 보수적인 조로아스터교도 집안에서 자란 프레디 머큐리가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도 이를 철저하게 부정하다가 메리 오스틴에게 고백했다.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하는 여자를 정작 사랑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프레디 머큐리의 평생을 따라다니는 순간이었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서 더 슬퍼"라는 메리 오스틴의 말은 프레디 머큐리의 상황을 대변했다.
뮤지션의 일생을 그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세에 따른 굴곡 외에도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또 다른 외로움이 전반에 깔려있다. 남들과는 다른 성적 취향에 따른 프레디 머큐리의 세상과의 단절, 대중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쓸쓸한 감정들….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다른 멤버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무조건 날을 세우고 공격적이진 않았다. 그가 솔로 앨범을 냈다가 자신이 판단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멤버들에게 먼저 사과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은 그래서 더 쓸쓸하게 그려졌다.
수많은 관객들을 말 한마디, 동작 하나로 압도하는 프레디 머큐리가 지닌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 이면에 있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소외'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라이브 에이드'는 프레디 머큐리와 퀸이 처한 복합적인 상황을 표현하며, 마무리할 수 있는 무대였다. "전설이 되겠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실제로 일어난 일들의 시간적인 순서가 뒤엉키고, 극적인 순간을 위해 별개의 사건들을 붙여놓은 듯한 인상도 줬다.
2011년 영국 BBC에서 방송한 퀸의 다큐멘터리 '우리 생애 나날들(Queen Days Of Our Lives)'에서는 멤버들의 코멘트가 더해져 퀸의 실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프레디 머큐리가 죽음을 앞두고 치열하게 음악 작업에 매달리거나 멤버들이 미디어가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을 캐는 공격에서 그를 지켜준 부분이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생략된 것은 아쉬웠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성공을 만끽한 후 퀸 멤버들 대부분이 지쳐있던 상태였고 로저 테일러, 브라이언 메이도 솔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다뤄졌으나 영화에는 표현되지 않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자체로는 '엄청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감독이 역량이 한정적인 뮤지션이 일대기를 그린 한계 탓이다. 그럼에도 퀸의 명곡들이 탄생하는 순간들을 따라가고,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오르는 퀸을 연출한 감독의 역량은 높게 평가받을 만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