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진짜 ‘나’로 데려가는 길
책임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결과를 버티는 힘이고,
그 무게를 견디며 다음 단계의 내가 되는 과정이다.
책임을 진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확장시키는 행위다.
책임에는 두 종류가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멀쩡히 다 해내는 책임,
그리고 내면에서 조용히 외면되는 책임.
나는 그 차이를 너무 늦게야 알아차렸다.
직장에서는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고,
일상에서는 나름의 몫을 지켜왔다.
사람들은 나를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 말했고,
나 역시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나는 언제나 “너무 어려운 선택” 앞에서는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누구에게도 티 나지 않게,
상처 주지도, 상처받지도 않는 방향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만을 골라 쥐며 살아왔다.
그 선택이 현실적으로는 회피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내 영혼의 기준에서 보면 그것은 분명 도피였다.
나는 ‘살아남는 선택’을 잘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선택’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내 한계를 벗어날 만큼의 무게는
애초에 손에 쥐지 않으려 했다.
심리학은 이렇게 말해준다.
현실을 잃는 가장 빠른 길은
책임을 잃는 것이다.
책임은 나를 파괴하는 돌덩이가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깎아내는 조각칼이다.
그 무게를 견딜 때 비로소
나는 이전과 다른 ‘나’가 된다.
그러니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
지금의 나는,
내 영혼이 원하는 책임을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견뎌낼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예전처럼 멈춰 서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걸어가고 있다.
현실의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