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에 감사

희미해도 빛이야

by INA

정차한 버스를 피해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들어서던 찰나였다.

1차선의 거대한 트럭이 내 옆으로 파고드는 게 보였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렀다. 부딪힌다.

이대로라면 부딪힐 것이 분명했다.


숨을 멈추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오른쪽으로 틀었다. 곧 버스의 육중한 몸체가 눈앞에 들어왔다. 다시 왼쪽. 급정지.

뒤차도 멈춰 주었다. 몇 초의 정적 뒤,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심장이 발끝까지 내려앉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감사의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보이지 않는 하늘에, 이름 모를 뒤차 운전자에게, 그리고 핸들을 놓지 않은 나 자신에게.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했다.


아찔한 순간은 내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었다.


하늘에 감사하고

주위에 감사하고

존재 그 자체에 감사했다.


굴곡 많은 파란만장한 삶일지라도,

우리는

달을 가리는 구름이 아닌,

동트는 곳의 빛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오늘, 나는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너는 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