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서 삶을 보다
오랜만에 커피숍에 앉아 창밖을 보니 새털구름이 보였다. 어젯밤 꿈이 겹쳤다. 용 모양의 구름.
"용이다!" 하고 꿈속에서 외치자, 대꾸를 하듯 구름이 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와, 움직였어! 진짜 용인가 봐!" 하니 몸을 돌려 얼굴을 보였다.
뱀처럼 매끈한 얼굴이었다.
"뱀이야?" 하고 약간 실망했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뱀에서 용으로 변신 중인가 보구나.'
예전에 생태 박물관에서 뱀을 만져 본 적이 있다. 그 부드러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과 손에 남겨진 감촉이 아직도 선명하다. 속설처럼 뱀이 오랜 수행 끝에 용이 된다면, 그 매끈한 가죽이 용의 거친 비늘로 변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매끈한 피부의 뱀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거칠더라도 위엄과 당당함을 얻은 용이 될 것인가.
아니, 어쩌면 그것은 선택이 아닌, 인간 성장의 다른 이름, 인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뱀의 변신'은 보드라운 아기의 피부에서 거칠게 변한 노인의 얼굴처럼, 우리가 겪어내는 시간의 흔적과 닮아 있다. 우리는 이미, 인생의 경험을 통해 수련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용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그 수행이 자학을 뜻하는 건 아닐 터. 다만 쉽고 빠른 길은 경계할 일이다. 우리는 하다못해 밥 한 술을 뜨려 해도 숟가락을 들고 씹는 수고가 필요하지 않은가. 지금의 시련을 감당할 힘이 내 안에 있음을 믿고, 주어진 경험을 받아들이며 나아가자. 힘에 부치면 도움을 청하면 된다. 고집 때문에 도움의 손길을 밀어내지만 말자.
창밖의 하늘에서 지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마다의 고민을 이고 가는 사람들의 어깨 위로, 가을의 적당한 햇살이 응원하듯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