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하나의 힘

온전한 사랑의 결정체로

by INA

그 자리는 처음부터 나와 맞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책임 있고 권위 있는 위치였지만,
실상은 통제와 감시로 사람을 다루는 시스템이었고,
그 역할은 내가 중요하게 여겨온 조화와 평화를 해치는 언행을 요구했다.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한 달 만에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누군가에겐 무책임해 보였을지 몰라도,
나에겐 오히려 너무나 분명한 선택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때로는 가장 명확한 언어가 되니까.


돌아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사람들과 웃었고, 이야기했고, 마음을 나눴다.
그녀 역시 봤을 것이다.
내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서로를 존중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는 모습을.


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그 에너지가 흐르면 마음은 평온해지고,
타인을 향한 시선도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그 사랑이 결핍될 때,
시기와 질투, 집착과 불안 같은 감정이 생긴다.
그리고 그 감정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악순환은 조용히 반복된다.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으면, 그 고리는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흐름을 멈추는 건,
때로는 말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일 것이다.


나는 그저 나의 방식대로 살고 있다.
사랑과 존중, 조화를 중심에 두는 삶.
그게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씨앗 하나는 남길지도 모른다.

그녀 안에 어쩌면 그 씨앗이 심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마음이 열릴 준비가 되면,
그 씨앗은 조용히 싹을 틔우고,
언젠가 온전한 사랑이라는 결정체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내가 했던 모든 말보다,
그 한 달 동안의 ‘존재 방식’이 더 오래 남기를 바란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씨앗 하나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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