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른이 된 나
어렸을 적 세상은 슬펐어.
손이 없어 갈고리를 끼고, 구걸을 위해 열려 있던 대문을 들어선 남자.
어린 나에게 불쌍함보다 먼저 온 건 두려움이었지.
내가 무서워하는 걸 본 엄마가 부랴부랴 내쫓았고,
그가 베트남 전쟁에서 손을 잃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무서움은 이해로,
이해는 이내 슬픔이 되었어.
그는 여전히 내 기억에 남아 있어.
나라로부터, 주위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채
어린아이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꺼려지는 존재가 된
불공평의 상징으로서.
우리가 외면함으로써 더 깊어진 상처의 흔적들이
세상 곳곳에서 보인다는 사실이 슬펐어.
그래서 나는 한동안 '돈'을 미워했지.
돈을 밝히고, 돈을 좇는 행위는 천박하다고 여겼어.
많이 늦은 듯하지만, 이제 겨우 깨달았어.
돈은 사람의 손에 의해 운용될 뿐이라는 걸.
미워해야 할 대상은 돈이 아니라,
돈 앞에서 사람을 잊는 마음, 사람을 가리는 시선이라는 것을.
그의 갈고리 손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하며 살아왔는지를 되묻는 거울이 되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없는 역사,
그 손은,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해 준
단단한 가르침으로 내 안에 간직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