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이 없는 사주라고?

seré una abuela que hable español

by 북북이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82)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일까? 여유를 가져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마음이 급해지곤 한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어에 마음이 가고 나서도 얼른 잘하고 싶어졌다.

예전에 사주 보러가서 들은 말이 "편인, 편관에 금이 없네요. 씨 뿌리고, 꽃 피우는 거 정말 잘하는데... 열매를 못 맺어요."라고 하는데 거기까지 듣고 속으로 맞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동안 나는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신나게 이것 저것 시작은 잘 하는데 금방 싫증을 내고 뭐 하나 끝까지 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매를 못 맺네요. 이제 알았으니 결실을 맺으려고 해 보세요!" 그때는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뭔가 꼭 결실이 있어야 하는 건가 싶어서 그닥 와닿지 않았었는데, 스페인어를 배우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진짜 그 결실을 맺을 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되고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나는 '그냥'하고 싶은 게 많았던 거지 '잘'하고 싶었던 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스페인어는 잘하고 싶으니까 내 시간을 쓰고 노력을 들이고 싶어졌다. 이게 얼마나 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그리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러 사람을 통해 조금씩 힌트를 얻었다.

헬로톡에서 만난(이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겠다.) '마르꼬스'라는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르꼬스: 스페인어 배울 때 어떤 어려움이 있어요?
북북: 문장 만드는 것도 어렵고, 시제 쓰는 것도 어려워요.
마르꼬스: 아 사실 스페인어에는 그에 대한 농담이 있어요.
Una persona pregunta: cómo comes?
Y la otra contesta: Cómo como como?
마르꼬스: 스페인어에는 복잡한 언어 변화가 많이 있어요. 스페인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흔한 농담이에요ㅋㅋㅋ
북북: 아 진짜 웃기면서 위로도 되네요. 이런 농담이 생길 정도로 나만 어려운 건 아닌가 봐 하는 생각이 들어요ㅎㅎ
마르꼬스: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나니까 혼자라고 느끼지 마세요^^

'이레네'도 말했다.
Claro! Poco a poco! Es idioma muy difícil y lo hablas genial.

'그래, 조금씩 해보는거야!'
마음 속 조바심이 여유로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 물을 한 번에 가득 주는 것보다 꾸준히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마음에 새겼다.

게다가 나보다 훨씬 잘하는 선생님들도 말하길 자기도 아직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 안 나면 사전 찾아보고 검색해 보고, 그때그때 떠오르지 않는 문법도 다시 보면서 생각한다고. 외국어로 이 언어를 배우는 이상 그건 진짜 어쩔 수 없다고. 계속하는 수밖에.


5년, 10년도 더 넘게 배운 분이 그렇게 말하는데 아직 일 년도 안 된 내가 '왜 이렇게 못할까' 풀 죽어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잘하고 있다! 그리고 그 10년이 까마득하다기보다는 '아직 10년, 20년이나 더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스페인어는 왠지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나이 든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꽃이 가득 핀 초록의 정원을 바라보며 흔들의자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의 할머니를 떠올렸다. 하지만 사실은 식물을 잘 돌보지 못해서 로망만 있고 실현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뒤따랐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스페인어 쓰는 할머니는 상상이 된다.

*이것도 결실을 맺어보려는 시도 중에 하나, 쓰고 나면 뭐라도 남는 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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