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께딸?

Hola! Qué tal? Le presento Seúl

by 북북이

고양이를 키우고 동물을 좋아하는 후아니는 스위스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스페인 분이다. 4주동안 휴가로 한국에 놀러오셨다고 한다. (한국은 보통 휴가가 일주일이고 그것도 안되는 곳도 있다고 하니까 엄청 놀라셨다...) 후아니와는 헬로톡에서 연락을 주고받다가 곧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데, 만나서 서울 구경을 시켜줄 수 있는지 여쭤보셔서 아직 부족한 스페인어 실력이지만 조금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나와 만나기 며칠 전 고양이 카페 두 곳을 다녀온 후아니는 이번에는 양 카페에 가고 싶다고 하시며 '땡스 투 네이쳐' 카페를 보여주었다. 저녁에는 다른 친구랑 경복궁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하셔서 나랑은 홍대 근처에서 밥 먹고, 양 카페 갔다가, 덕수궁과 돌담길을 좀 걷고 헤어지기로 했다.

아직은 어색한 후아니와 인사를 나누고, 감사하게도 천천히 이야기하는데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고, 내가 하는 말도 다 알아들으셔서 내심 뿌듯했다. 모르는 단어를 제외하면 대화가 잘 통해서 '오~ 된다, 된다!!'하며 어색함과 긴장감 속에서 자신감과 재미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제일 처음 못 알아들은 단어는 'enfermera'인데 '간호사'라는 뜻이다. 후아니가 보여주는 단어를 보고는 '아, <enferma-아픈>은 알고 있었는데 전혀 안들렸네.'하며 역시 듣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길을 걸으며 떠듬떠듬 이야기 하다보니 재미있었다(죄송하게도 후아니는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4월의 벚꽃이 거의 지고 있을 때라 후아니는 떨어지는 하얀 잎을 주워서 'pétalo'라는 단어도 알려주고, 노랑 라바 모형 보면서 바나나 닮았다고 이야기하다가 'plátano'라는 단어도 알게 됐다. 왜 혼자 오셨나 물어보니 가족들이랑 같이 오면 'pleado'(싸우기)만 하지! 하면서 웃으시는 유쾌한 분이셨다.

이 단어들은 내가 보고 듣고한 기억들이랑 함께 머리에 콕 박혀서 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카페에 앉아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친구랑 필리핀 갔었고, 일본에도 얼마 전에 다녀왔다고 이야기했더니 "otra amigo?(아까랑 다른 친구?)"라고 되물으셔서 그렇다고 대답함과 동시에 실수를 깨달았다.

스페인어에는 성별 구분이 있어서 '친구'라는 단어에도 amigo(남)와 amiga(여)가 있는데 내가 계속 'amigo'하고 여행 갔다왔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여쭤보신거였다. 그렇게 여러 남사친과 해외여행 다니는 핫걸이 될 뻔한 기회를 바로잡고, 남자친구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아니는 식당이랑 카페에서 남자분이 보이실 때마다 "저 남자 어때? 잘 생기지 않았어? 번호 물어봐~"하며 나의 남친 찾아주기에 열을 올리셨다. 나이가 엄마랑 비슷했는데 조카 연애사에 관심 많은 이모가 한 명 더 생긴 기분이었다.

뚝딱이기도 하고 실수도 있었지만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는 게 빨리 는다는 말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긴 한가보다. 나중에는 툭툭 뱉어도 다 맞는 날이 오길 고대하며 후아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후아니가 만나기 전에 스위스에서 가져온 간식거리랑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해서 나도 나오기 전에 그림책을 하나 챙겼다. 후아니랑 이야기하면서 바로 떠오른 책이었는데, 바로 안녕달 작가의 <할머니의 여름 휴가>이다. 후아니에게도 한국에서의 휴가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마지막에 '피르마(firma, 사인)'를 부탁해서 괜히 오해할까 제가 쓴 책은 아니라 말씀드리며, 재미나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을 빌어드렸다. firma도 새로운 단어 목록에 추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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