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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Nov 11. 2023

일본에서 취직활동하는 학생들 만나기

내가 존경하는 선배라니!

일본생활 총 10년. 그중 취업해서 일한 지 6년.

인사부에서 졸업한 대학교에 같이 회사 설명회에 가자며 연락이 왔다.


오! 좋아. 드디어 모교에 OG로서 가는구나!

‘회사에는 나 이외에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꽤 있는데, 왜 외국인인 나를 대표로 같이 가자했을까.

우리 회사에서는 ’외국인‘이 있다는 게 딱히 어필이 되지는 않을 텐데. ’

싶으면서 살짝 기뻤다. 여태 학교 대표로 갔던 내 바로 전 선배가 꽤나 우수한 선배였기 때문이다.


살짝 긴장되기도 하면서도, 내 동생보다도 어린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니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일하고 있다! 며.


회사 인사부 선배 한 명과 나. 둘이서 학교 캐리어센터에  갔다. 신기하게 캐리어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모니터에서 내정받은 직후 대강의실에서 취직활동 과정에 대해서 발표했던 내 모습이 지나갔다.

‘우아! 깜짝이야 거울인 줄’

캐리어 센터에 이렇게 큼직하게 내 얼굴이 모니터로 나오고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6년이나 지났는데!


내가 전해 들은 오늘 회사설명회 내용은 그냥 둘이서 책상에 앉아있으면 궁금한 학생들이 와서 질문하는 그런 방식인 줄 알았는데, 1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대강의실에서 1시간 반동안 수업을 하는 거였다.

‘저기요 선배님, 이야기가 틀리지 않나요?’


학생들은 평균 회사 설명회에 10명 정도밖에 참여하지 않는다 했는데, 이번엔 30명 정도 미리 신청을 받았다고 많이 지원한 편이라고 했다. 기본 인사부 선배가 회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나는 6년간 해왔던 안건들에 대해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30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의 눈은 반짝거렸고, 생각보다 질문도 많이 해줬다.


•포트폴리오는 몇 장, 몇 작품정도 준비하셨나요?

’ 미안, 나도 기억이 안 나..‘

포폴을 위해서 딱히 따로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학교 과제를 제일 열심히 했고, 그 정도만 넣었다.


•인테리어디자인을 하기 전에 조사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이건 내가 시설을 디자인하기 전 비슷한 시설들 답사를 많이 다녀왔다고 하니 궁금해했던 것 같다.


•외국인이 취활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나요?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유학생들이 질문해 줬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외국인에 대한 어필을 차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봐주는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다. 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시작하고 싶었고, 물론 내 생각을 읽어준 회사라고 생각했던 곳에 내정을 받았다.

그러니, 학생들도 외국인이라는 것에 주눅 들지 말고, 나란 사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외국인‘이라는게 강점이 되면 사용하고, 아니면 다른 학생들이랑 똑같이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면접에서는 ’나라로 언제 돌아갈 거예요? ‘ 등의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그건 그 학생을 오래 봤으면 싶은 면접관의 질문이니 기분 좋게 잘 대답해 드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등등 여러 질문을 해줬다.


생각보다 월급이나, 복지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미술과 디자인이 사회 속에 현실화되는 것만 생각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때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3년 차까지는 그런 마음으로 일해 왔던 것 같다. 내가 디자인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와준다니. 이 얼마나 꿈을 이룬 디자이너스러운가!


회사에 취직하기 바쁜, 재밌어 보이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월급이나 복지 따위 그게 뭐가 중요하겠냐만. 나도 미대에서 폭풍같이 과제를 해오면서 꽤나 내성이 생겨서 일은 많아도 괜찮습니다!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인테리어 업계의 현실, 디자인 회사의 업무량..

뭐, 그런 부분들은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생각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입시, 취활, 결혼 등등 인생에는 사회가 정해놓은 하나씩의 문턱들이 있다. 힘든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내 앞을 막고 있을 때도 있다.


회사는 인생에 활력을 주고, 월급을 주고,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아주 가끔은 직장인의 현실에 부딪히곤 할 때도 있다.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전 글 <디자인 대기업의 현실적인 월급상황> 참고.


이렇게 눈 반짝이며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는 학생들을 보는데, 나도 이 회사에서 더 열심히 활약해야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흩뿌리고 왔지만, 이곳 브런치에선 아무 시선 신경 안 쓰고 적을 수 있을 것 같아 적어본다.


취직활동 하시는 모든 분들, 특히 외국에서 강하게 살아남아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그때가 제일 좋을 때야 얘들아! 그때를 즐겨!!!!!


일본 취직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꿈을 지켜드릴 수도 있고, 현실을 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원하시는 성향을 말씀해 주시면 요청에 맞춰, 제가 아는 선상에서 알려드릴게요!


저의 일본생활에 대해서 유튜브도 운영 중이에요:)

더 많은 소통을 원하시면 아래 링크에도 놀러 와주세요!

https://youtube.com/@ina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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