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와 문어
일본에서는 오징어와 문어라는 단어에서 듣는 느낌의 차이가 있다. ‘문어 같아! ’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한국인으로서 필자는 아무 생각도, 딱히 별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뭐, 문어뒤에 대가리? 정도의 단어가 붙으면, 어감이 안 좋네, 싶겠지만 말이다. 이것 또한 문어보다는 뒤에서 꾸며주는 말이 부정적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오징어 같아!’라고 하면 어떤가요?
왠지 모를 기분 나쁜, 내가 못생겼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일본에서 회사 동기들이랑 라인으로 대화를 할 때였다.
그냥 정말 순수함도 뭐도 없이 ’그냥‘ 문어 이모티콘이 귀여워서 동그란 보라색 문어모양 이모티콘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나라에서는 ‘문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말하는 ‘오징어’ 랑 같은 문맥인 단어인 것을 알았다.
문어, 일본어로는 타코(たこ).
상대방을 욕할 때, 안 좋은 말을 할 때 일본에서는 타코라는 단어를 쓴다. “이 타코!!”
정말 화날 때나(?), 어린이들이 많이 쓰는 이미지가 있어 실생활에서 실제로 쓰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그런 단어를 ‘일본어 잘 모르는 외국인’ 인양 여기저기 타코 이모티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흡사 외국인 친구가 귀엽게 꾸미고 온 친구한테 순수하게 강아지처럼 예뻐서 ‘개 같아요^^’라고 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타코는 왜 안 좋은 말이 되었을까.
검색한 바로는 오징어, 일본어로는 ’이카(いか)‘ 라고 하는데 무엇무엇’이하‘ 라고 할 때도 발음이 동일하게 ’이카(いか)‘ 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넌 동물 이하야!‘ 등 비하적인 말을 들었을 때 오징어에 대응할 만한 생물, 문어로 반박을 해 왔다는 일화가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어처럼 ‘비속어’와 같이 단어만으로 욕이 정의되는 것이 아닌, 무엇에 빗대어서 욕을 하는 것이 많다. 그럴 때 많이 쓰는 것이 돼지, 문어 같은 동물들이다. 하물며 욕이 아닌 단어도 ’ 뉘앙스‘ 만으로 욕이 되기도 해서, 처음 듣는 사람은 말 그대로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다’의 말이 현실이 될 때도 있다.
처음엔 이 나라사람들은 한국어처럼 찰지게 욕을 구사하는 단어가 없어서 욕을 안 하는 나라인 줄만 알았다.
하물며, 현재 일상생활에서도 욕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어서 그런지 실제로 필자도 잘 못하기도 한다. 가끔 일상이 날라리인 유튜버들을 보면, 아 이게 일본의 욕이구나 싶겠지만 일단은 뉘앙스를 먼저 익혀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충청도식 화법은 빙빙 둘러대며 말한다고 하는데, 일본도 지역적으로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화법으로만 빗대면 한국의 충청도는 교토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어려운 뉘앙스로 읽어야 하는 일본 욕이지만, 교토는 더 멋지게 빙빙 돌려서 말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교토에서 온 친구가 말해준 유명한 예시가 있다.
지나가려 하는데 앞에 사람이 길을 막고 안 비키고 있을 땐 “어머~ 인형인 줄 알았네요”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매우 일본인스러운 화법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친구한테 그런 말을 듣고 잘 관찰해 보니 여러 가지 말투가 보였다. 같이 밥 먹고 있을 때의 일화다.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한국사람들은 입을 벌리면서 먹어? 내 다른 한국친구도 그래서!”
물론, 한국사람이 입을 벌리고 먹는 문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가 일본에서는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 세대까지도 그렇게 드시는 분들이 없으실 정도로 중요한 식사예절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일본에 있다가 한국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먹던 나도 신경이 쓰일 때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돌려서라도 말해준 친구 덕분에, 더욱 신경 쓰면서 먹게 된 것도 있다.
외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생활할 때 자잘한 뉘앙스까지 따라잡으면서 생활하려면 이 나라의 문화를 100프로 이해를 못 하기 때문에 금세 지쳐버릴 수가 있다.
하나하나 실수와 지적을 골고루 몸소 적립해 나가며, 방금 그건 선의였는지 무시였는지 직접 몸소 뉘앙스를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나에게 귀여웠던 문어를, 이제는 알게 된 이상 조심해서 써야 하게 되어버렸고, 오늘도 이렇게 포인트를 적립한다.
이상하게 처음일본에 왔을 때엔 모두가 다 친절한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현재는 모두가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사실은 욕을 못하는 것도, 그렇다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닌, 듣고 이해하는 사람의 몫에 달렸다는 것이다.
끝까지 읽은 독자분들은 제목에 적은 ’일본사람은 욕을 못하는 착한 나라입니다‘ 의 본 뜻이 이해가 되셨기를 바란다.
앞으로 5년 더 있다간 여기 사람들 속내가 다 꿰뚫어져서 보이면 어떡하지?
글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일본의 일상, 여행 등을 영상으로도 담고 있어요. 올해로 10년 차인 도쿄의 직장인의 삶, 슬쩍 보러 와주세요.